우리는 네이버 뉴스를 보며 기분 좋음을 강요당해야 하나? [한세희 테크&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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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23. 오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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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달린 감정 표현 아이콘 개편, 기사 추천 이유 방식으로 바뀌어
‘감정 표현마저 제약하나’, ‘부정적 여론 감추려는 것’이라는 불만 나와
네이버, 부정적 감정 일으킬 콘텐트 눈에 덜 띄게 하는 정책 꾸준히 실행
2018년 5월 당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뉴스 댓글 논란 관련해 댓글 개선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요즘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며 뭔가 달라진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기사에 달려 있던 ‘좋아요’ ‘화나요’ 등 감정 표현 아이콘들이 ‘쏠쏠정보’ ‘분석탁월’ 등 기사의 좋은 점을 추천하는 버튼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네이버 뉴스의 각 기사 페이지에는 ▶좋아요 ▶훈훈해요 ▶슬퍼요 ▶화나요 ▶후속기사 원해요 등 기사를 읽고 느낀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콘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말 개편으로 아이콘들이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분석탁월 ▶후속강추 등으로 바뀌었다. 읽은 기사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 기사를 다른 독자에게 추천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네이버는 “사용자 반응을 기반으로 언론사가 공들여 작성한 좋은 기사들이 발굴되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용자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기사 성격에 따라 읽은 후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 마련인데, 이를 표현할 길에 제약이 생기니 독자로선 불만이 생길 만하다. ‘감정 표현마저 제약하나’, ‘불만 있어도 드러내지 말라는 말이냐’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정권 눈치 보느라 부정적 여론을 감추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댓글은 모든 사람이 욕하면서 모든 사람이 원하는 어떤 것이 되어 버렸다. 네이버 같은 포털 입장에선 곤혹스럽다.

네이버 댓글, 활기찬 지옥
물론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의 뉴스 댓글은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건전한 토론과 비판, 훈훈한 격려,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담은 공분 등 댓글을 통한 뉴스 참여에 기대했던 바람직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사에 대한 직설적 감정 배출이 대부분이다.

또 댓글은 기사 속 인물이나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사이버 괴롭힘으로 이어지거나, 극단적 주장이 대다수의 상식적 의견을 덮어버리는 여론 왜곡을 부추겼다. 이런 효과를 노리고 소수 인원이 조직적으로 좌표를 찍고 유리한 댓글을 위로 올리는 공작도 성행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이런 일을 하다가 감옥에 가기도 했다. 정치권은 포털의 뉴스 편집 방향을 놓고 정쟁을 벌였다.

연예 뉴스에서도 댓글의 폐해는 심각하다. 포털 연예 기사에는 연예인의 외모나 사생활에 대한 무분별한 악플이 들끓었다. 연예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선택을 할 때마다 악플이 주 원인으로 거론됐다.

댓글, 나아가 뉴스 서비스 문제에 대한 네이버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뉴스 편집과 배열에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사용자가 보고싶은 언론사를 선택하는 구독 방식을 내세우는 등 플랫폼이 직접 손 대는 영역을 줄여갔다. 편집권을 언론사에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관리 책임을 언론사에 넘겼다. 네이버 정치 뉴스에는 ‘이 기사의 댓글 정책은 언론사가 결정합니다’라는 문구가 따라붙는다. 사용자에게는 선호하는 언론사를 직접 선택해 구독하라고 등을 떠민다.

또 한편으로는 부정적 감정을 일으킬 콘텐트가 사용자의 눈에 덜 띄게 하는 정책을 일관적으로 실행했다. 2020년 연예 및 스포츠 섹션의 뉴스 댓글 기능을 폐지했다.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의 인격권 침해를 우려한 결정이라고 당시 네이버는 설명했다.

또 네이버는 언론사가 공감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노출하던 댓글을 최신순으로 보이도록 바꾸거나, 댓글 노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면 조작 세력이 작업한 댓글이 마치 보편적 여론인양 댓글 최상단을 차지한 모습이 사용자 눈에 덜 띄게 돼 정치 편향 논란을 조금은 피해갈 수 있다.

이번에 ‘좋아요’, ‘화나요’ 등 감정 표현을 없애고 ‘쏠쏠정보’나 ‘흥미진진’ 같이 추천 이유를 밝히는 방식으로 기사 반응을 변경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다. 좋다든가 화가 난다 등의 감정에 기반해 뉴스를 소비하도록 부추기지 않고 정보와 분석의 유용성, 개별 독자에게 주는 효용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2020년 8월 스포츠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 네이버]

갈등 직면하는 저널리즘 책무, 네이버는 감당할 생각 있나
포털 뉴스가 댓글과 감정 표현 아 이콘 등을 통해 분노와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에 동감하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도 응원한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화나요’가 없어진 것에 화를 내는 것에도 공감이 간다.

네이버의 조치는 사실상 독자에게 뉴스, 또는 뉴스에 반영되는 세상에 대해 좋은 감정만 느끼라는 강요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유익한 정보만 얻어가며 뉴스를 ‘건전하게’ 이용하라는 넛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유치원이 아니고, 언론은 유치원 숙제로 만드는 가족신문이 아니다. 언론은 공동체의 방향을 놓고 여러 방향, 여러 수준으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다. 냉철하고 진지한 토론도 필요한 반면,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거나 안타까운 사연에 슬퍼할 필요도 있다. 거친 의견 충돌도 있다.

또 네이버 뉴스는 페이스북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반응’은 모두 ‘좋아요’를 세분화한 것이다. ‘최고예요’, ‘슬퍼요’, ‘화나요’ 모두 글을 올린 사람에게 ‘공감’하는 반응이다. 페이스북은 친구들이 모인 파티에 비유할 수 있다. 파티에 와서 정치 이야기로 목청을 높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네이버 뉴스는 파티장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을 전달하고, 토론하고, 때론 싸우는 곳이다.

물론 이는 격렬한 다툼과 갈등을 불러온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항상 냉정한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온라인 미디어에서 댓글은 종종 욕설과 감정 배설의 쓰레기통이 된다.

그래서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최근 몇 년 간 댓글에 대한 입장을 바꾸었다. 전문 관리자를 두어 엄격하게 토론 품질을 관리하고, 관리가 어렵다면 과감히 댓글을 폐지했다. 뉴욕타임스 댓글은 관리자 승인을 얻어야만 공개되고, 기사 발행 후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을 달 수 없다. 우리 포털과 가장 비슷한 야후는 뉴스 코멘트 기능을 일시 중단했다.

네이버는 댓글을 통한 사용자 참여는 유지하면서 댓글 문제로 받는 비판은 줄이고 싶어 논란이 일 때마다 언론사에 관리 책임을 넘기거나 사용자의 표현에 조금씩 제약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이러한 타협이 저널리즘의 역할이나 언론과 사회의 소통에 대한 고민을 최우선으로 두고 이뤄졌을까?

포털과 언론은 나름의 역할과 작동 방식이 있다. 포털의 논리가 항상 저널리즘에 최선은 아니다. 포털이 부과하는 제약이 저널리즘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제약한다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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