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실이 영화를 따라간다” 첨단기술 탑재한 네이버 신사옥 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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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06. 오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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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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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테크 컨버전스 콘셉트’ 제2사옥 공개
“첨단기술 융합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영화 ‘가타카’ 사옥 빼닮아…로봇과 인간 공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라파엘에 위치한 마린 카운티 시빅 센터.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작이며, 영화 '가타카'의 배경으로 쓰였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1997년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미래에서 자연적으로 태어난 ‘열성인자’가 세계관 최고 인재들이 모인 기업 가타카에 잠입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작품의 배경이 된 ‘마린 카운티 시빅 센터’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작으로, 넓은 천장과 탁 트인 중앙부가 특징이다.

네이버 제2사옥 ‘1784′는 여러 면에서 이 건물과 비슷하다. 제1사옥 ‘그린팩토리’와 동일하게 두 건물이 연결된 형태의 1784는 중앙부가 뻥 뚫려있고, 천장의 통유리를 통해 자연 채광이 들어온다. 양쪽으로 길게 난 통로를 따라 세워진 유리 벽 너머로는 회의실과 임직원을 위한 휴게 공간이 엿보인다. 옥상에 깔린 태양광 발전 패널은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가 연인과 걷던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연상시킨다.

1784의 아트리움. 두 동을 잇는 다리에서 아래를 보며 촬영한 사진으로, 양 옆에 임직원 휴게 공간 등이 보인다. /네이버

아트리움 측면에서 사내 카페 등을 바라본 모습. 유리창에 비친 천창이 가타카의 사옥을 떠오르게 한다. /네이버

(위)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가 연인 아이린과 태양광 단지를 걷는 모습. (아래) 1784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패널. /콜럼비아픽처스·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1784를 외부에 공개했다. 2016년 착공 이후 6년 만이다.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1784를 “첨단기술의 융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테스트베드(시험장)다”라고 소개했다. 1784의 이름은 주소 경기 성남시 정자동 178-4번지에서 착안했으며, 1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한 1784년이란 의미도 내포한다.

1784의 곳곳을 걷다 보면 영화와 현실은 더욱더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마감재와 배관을 노출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도 인테리어지만 무엇보다 로봇이 돌아다닌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5G특화망(이음5G), 클라우드 등 기술을 융합한 ‘테크 컨버전스 빌딩’이란 콘셉트에 맞춰 1784를 지었다. 세계 최초로 로봇 친화형 건축물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출원한 특허만 230개다. 네이버는 특히 배달 로봇 ‘루키’를 위해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도 만들었다.

1784 6층 업무지원센터에서 택배 수령을 기다리는 루키. /네이버

로보포트가 루키를 싣고 이동하는 모습. /네이버

루키가 하는 일은 아직 단순하다. 6층에 있는 업무지원센터에서 대기하다가 입고된 택배를 임직원의 자리까지 가져다준다. 네이버는 현재 40여대 남짓인 루키를 연내 100대까지 늘릴 계획이며, 이들이 조만간 사내 식당과 카페에서도 각각 도시락과 커피를 수령해 회의 공간 등에 배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루키가 가는 길은 임직원의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매핑 로봇 ‘M2′가 설계한다. M2는 1784의 디지털 트윈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 로봇들의 경로 계획에 반영한다. 루키는 M2가 알려주는 대로 로보포트를 타고 내리며 건물 이곳저곳을 누빈다. 루키와 M2를 관리하는 건 1784의 두뇌로 불리는 ‘아크’다. 아크는 로봇·인프라 제어를 담당하는 ‘아크브레인’과 로봇의 이동을 담당하는 ‘아크아이’로 구성돼 있으며,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아크 조정룸에서 직원들이 1784 내 로봇·인프라를 제어하고 있다. /네이버

2층 네이버랩스 사무실에 가면 양팔 로봇 ‘엠비덱스’를 만날 수 있다. 네이버랩스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협력해 개발한 엠비덱스는 스펀지로 루키의 머리와 몸통을 닦는 역할을 한다. 루키 안에 있는 커피 트레이를 꺼내기 위해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숙이는 동작이 인상적이다. 네이버는 엠비덱스에 소독 기능을 추가해 임직원 복귀 시점이 정해지면 사내 카페에 파견할 방침이다.

사무실 반대편에는 드로잉 로봇 ‘아르토원’이 있다. 네이버랩스가 힘 제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고흐의 자화상을 그리라는 숙제를 내줬는데, 그게 불만스러운지 뚱땅 두들기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그래도 그림 그리는 패드를 부수지 않게 하려고 오랜 기간 노력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1784 2층 네이버랩스 사무실에서 대기 중인 엠비덱스. /네이버

아르토원이 고흐의 자화상을 그리는 모습. /네이버

가타카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있다. 바로 사내 검진 센터다. 주인공 빈센트는 사원들의 우등성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이곳에서 주기적으로 폐활량을 체크하고 소변 등 검체를 제출한다. 목적은 다르지만 네이버도 부속의원을 갖추고 있다. 임직원은 여기서 이비인후과, 내과 질환 등에 대한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혈액 검사, 엑스레이 촬영 등 검진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개발자가 많은 인터넷 기업인 만큼 특화 분야는 목, 등, 어깨 물리치료다.

감염내과 전문의와 산업공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층별 공기를 분리한 것도 1784의 특징이다. 여러 층이 하나의 외조기를 공유하게 되면 오염된 공기가 재순환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독립 외조기 방식을 채택, 신선한 공기가 최대한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되는 얼굴인식 기능을 도입하고 비접촉식 센서를 단 문을 설치하는 등 방역에 신경썼다. 이런 결벽에 가까운 위생관 역시 가타카를 닮았다.

(위) 가타카 사원들이 사내 검진 센터에서 폐활량, 근력 등을 체크하는 모습. (아래) 1784 4층에 위치한 네이버 부속의원. /콜럼비아픽처스·네이버

박태준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1784는 방역과 업무 효율을 고려한 미래형 사무 공간이다”라며 “사람들은 네이버가 했던 고민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제2사옥 1784는 매일 쏟아지는 신기술에 ‘현실이 영화를 따라간다’는 말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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