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900억 사옥 지었는데…네이버 직원들 "주5일 재택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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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06. 오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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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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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직원 대상 새 근무 방식 설문조사
인재확보 위해 ‘하이브리드 근무’ 대세 될듯


네이버 제2사옥 조감도 [사진 제공 = 네이버]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에 돌입했던 기업들이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기조에 맞춰 새로운 근무방식을 고민하는 가운데, 네이버 직원들은 '주5일 재택근무(풀재택)'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오가는 하이브리드(hybrid·혼합식) 근무가 대세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직원들이 지난 2년간 재택근무에 '완벽 적응'하면서 사무실 출근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최근 포스코그룹은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먼저 재택근무를 해제했다.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도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기 시작했지만 복귀를 거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코로나 시대 이후 근무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본사 직원(479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근무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여율은 76.1%에 달했다. 설문조사 결과 '개인'에게 최적의 근무방식으로 때로는 사무실, 때로는 집에서 일하는 혼합식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은 52.2%로 주5일 재택근무(41.7%)보다 높았다. 주5일 사무실 출근은 2.1%였다.

'조직'에 가장 좋은 근무방식으로 53.5%가 혼합식 근무를 선택했다. 주5일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은 40.1%였고, 주5일 사무실 출근을 택한 직원은 1.7%에 그쳤다. 개인이나 조직에 상관없이 혼합식 근무를 희망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설문조사를 좀 더 들여다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네이버는 혼합식 근무(개인·조직)를 선택한 응답자에 한해 희망하는 사무실 출근 횟수를 추가로 조사했다. 그 결과 개인 관점에선 주2일 사무실 근무가 40.1%로 가장 높았고, 주1일(25.4%), 주3일(14.5%), 주4일(2.4%) 등 순이었다. 조직 관점에서도 주2일 사무실 근무가 38.9%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개인 관점과 비슷한 응답 경향을 보였다. 이를 응답자 대비로 환산하면 개인과 조직 관점에서 주2일 사무실 근무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20.9%, 20.8%다. 즉, 네이버 직원들은 혼합식 근무보다 주5일 재택근무인 '풀재택'을 훨씬 더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뿐 아니라 IT업계에선 젊은 직원일수록 재택근무를 희망한다"며 "2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며 유연한 업무 환경에 적응하면서 코로나 전에 겪었던 '지옥철' '만원 버스'와 같은 출퇴근 전쟁과 경직된 사무실 출근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 등 국내 IT기업들이 코로나 기간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최대실적을 냈다"며 "재택근무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 업무 효율성이 높다고 느끼는 직원들도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심지어 회사 인근에 사는 젊은 1인 가구 직원의 경우 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가서 일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네이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본사 그린팩토리 옆에 제2사옥을 완공했다.시공을 담당한 삼성물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2사옥 건설비는 4829억원이다. 로봇 친화형 사옥을 짓기 위해 3년 넘게 공사를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전직원 사무실 출근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네이버는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책을 내놓고 있다. 점심뿐 아니라 석식을 제공하는 등 구내식당 메뉴를 강화하고 스타벅스 등 편의시설을 늘렸다. 최근 노사 임금협상에서 동호회 활동비(월 3만원)도 신설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네이버는 조만간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제도 관련 '인터뷰' 형태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5월 새 근무제도를 확정하고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 빅테크들 "사무실 출근 시작"…직원들 "재택 계속"


코로나 이후의 근무 형태를 고민하는 것은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재택근무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지난 4일부터 직원들이 주3일은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트위터는 직원들이 원하면 영구 재택근무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폐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은 기업들이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고 있지만 출근율은 40% 수준에 멈춰있다. 원격근무 반·사무실 출근 반의 하이브리드 근무가 새로운 표준으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근무형태에 대한 회사측과 직원들간 시각의 차이도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북미 지역 기업 경영자의 51%는 "향후 1년 동안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지역 직원의 48% 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희망하고 있다.

IT업계는 결국 혼합식 근무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처럼 주5일 사무실 출근은 직원들의 저항이 크다. 반면 대면 의사소통과 협업의 장점이 있고 직원들간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 출근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유연한 근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월·수·금 재택, 화·목 사무실·거점 오피스 출근처럼 혼합식 근무가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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