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라방시장 잡아라” 숏폼 띄운 네이버, 규모 키우는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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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10분짜리 ‘맛보기 숏핑’ 출시
틱톡처럼 짧고 굵게, 본방송 매출 뛰어넘기도
후발주자 카카오, 본사 주도로 쇼핑 사업 개편
‘하루 5번만 방송’ 전략 버리고 규모 키우기

네이버(왼쪽)와 카카오(오른쪽)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앱 캡처

양대 정보기술(IT)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라이브커머스(라이브 방송 쇼핑), 이른바 ‘라방’ 사업 경쟁이 새해 본격화한다. 업계 1위 라방 플랫폼을 가진 네이버는 지속 성장을 위해 ‘숏폼(짧은 방송) 라방’이란 새로운 시도에, 카카오는 사업 개편을 통한 규모 불리기에 나선다.

2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맛보기 숏핑’이란 새로운 라방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자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이 TV홈쇼핑처럼 인터넷 방송으로 상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쇼핑라이브’라는 라방 플랫폼을 포털에서 같이 운영하고 있다.

쇼핑라이브는 보통 60여분 간 진행되면서 유튜브 개인방송처럼 채팅을 통한 시청자 소통과 상품 홍보를 겸하는 방식이다. 반면 맛보기 숏핑은 본방송에 앞서 10분 간 상품 홍보에만 집중하는 숏폼 방식이다. 숏폼은 원래 틱톡의 동영상들처럼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의미하지만, 라방에선 맛보기 숏핑처럼 10분 이내의 라방 콘텐츠를 부르는 말이 됐다.

한국 포함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인 틱톡 라이브커머스의 인도네시아 베타 버전. /틱톡 제공

숏폼 라방은 해외에서 라방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은 2018년 숏폼 라방을 중국에서 출시해 타오바오, 콰이쇼우와 함께 현지 3대 라방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버전인 틱톡 역시 ‘틱톡 라이브커머스’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동시 출시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자체 실험을 통해 숏폼 라방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맛보기 숏핑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0분의 짧은 방송 시간에도 매출 1500만원 이상, 60분 본방송 매출의 57%까지 달성하는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맛보기 숏핑 출시와 별도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있는 쇼핑라이브의 별도 앱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라이브가 스마트스토어와 그 안의 판매자들의 실적 성장을 위한 핵심 기능이 된 만큼 기능을 계속 강화해나간다.

네이버에 따르면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쇼핑라이브 이용 비율은 절반이 넘는다. 쇼핑라이브를 통해 이뤄진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6월 2500억원에서 11월 5000억원으로, 누적 시청횟수는 같은 기간 3억5000만회에서 7억회로 각각 2배씩 늘었다.

그립의 라이브커머스 방송 화면. /그립 제공

네이버에 비해 라방 실적이 부진한 카카오는 올해 사업 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선다. 카카오도 네이버 라방과 이름이 같은 ‘쇼핑라이브’를 카카오톡 안에서 서비스 중이다. 국민 메신저와 카카오페이라는 간편결제를 통해 다수의 이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누적 시청횟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억5000만회로 네이버(7억회)에 크게 밀린다. 거래액은 외부에 밝히지 않고 있지만 비슷한 격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격차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카카오 쇼핑라이브가 네이버에 비해 플랫폼 입점 판매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하루 5개 업체만 선정해 5회만 방송하고 있다. 원하는 판매자라면 누구나 방송할 수 있는 네이버보다 규모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대신 방송의 질을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플랫폼이 선정한 방송보다 각자 관심 있는 상품의 방송을 보려는 이용자의 특성으로 인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안에 쇼핑라이브를 개방형으로, 즉 네이버와 같은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네이버처럼 방송 가능한 업체 수 제한을 풀고 방송 시간과 횟수를 늘리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1만7000여곳의 판매자를 보유한 국내 최초의 라방 플랫폼 ‘그립’을 인수하고 사업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카카오는 네이버에 열세인 이커머스 플랫폼 자체의 규모 확대에도 나선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카카오톡 쇼핑하기의 입점 판매자와 이용자 수를 늘려 라방 거래액을 함께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자회사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독자 운영됐던 이커머스 조직 ‘카카오커머스’를 최근 완전히 본사에 흡수시켜 본사가 직접 사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거래액 기준 국내 라방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8000억원에서 올해 6조2000억원, 내년엔 10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대로라면 네이버가 1위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맞서 카카오뿐 아니라 쿠팡, 신세계, 배달의민족 등 유통업계도 이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선 유튜브,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이 사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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