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결제 네이버페이, 연체율 급증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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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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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신용카드의 2.5배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4월부터 일부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후불 결제(월 30만원 한도) 서비스의 연체율이 1.49%로, 신용카드 연체율(0.58%)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페이를 많이 쓰는 고객 중에서 선별한 우량 고객 연체율이 일반적인 신용카드 이용자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핀테크 업체에 후불 결제 사업을 허용하는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상환 능력이 없는 금융 취약 계층의 연체가 급증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외상 결제 문제없을까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 결제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 선불 충전 잔액이 부족하더라도 월 최대 30만원까지 외상으로 결제하고 한 달 뒤 갚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35만원짜리 제품을 구매할 때 충전 잔액이 20만원뿐이라면 모자란 15만원을 다음 달에 낼 수 있는 일종의 ‘외상 거래’다. 신용카드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호주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BNPL(Buy Now, Pay Later·선결제 후지불)과 비슷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 특례를 인정받아 지난 4월부터 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 가운데 후불 결제 서비스를 하는 곳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유일하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 결제 서비스 연체율은 지난 5월 0.93%에서 7월(1.38%), 8월(1.49%) 등으로 상승했다. 네이버쇼핑 이용 횟수가 많거나 쇼핑 구매 후기를 써서 소액 적립금을 챙기는 등의 소비 패턴까지 분석해 상환 능력을 입체적으로 평가했는데도 연체율이 시중 카드사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서비스 기간이 짧아 하루라도 연체한 고객까지 모두 통계에 넣다 보니 숫자가 부풀려졌다. 30일 기준 연체율은 카드사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금융 업계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빅테크의 신용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후불 결제의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면서 결제 한도까지 높일 경우 후불 결제가 가계 부채 부실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 결제 채권 규모는 지난 4월 3억4045만원에서 넉 달 만에 29억188만원으로 급증했다. 네이버 측은 후불 결제를 이용하는 ‘우량 고객’ 수가 얼마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법제화 논의 앞두고 불안감 커져

더 큰 문제는 핀테크 업체의 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시행될 경우 후불 결제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디지털 금융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드업 라이선스가 없는 일반 핀테크 업체들도 얼마든지 후불 결제 사업을 벌일 수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보다 신용 평가 인프라가 취약한 업체들까지 후불 결제 시장에 진출하면 향후 높은 연체율이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체크카드로 이용하다가 잔액이 부족할 때 월 30만원까지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국내 하이브리드체크카드(할부 불가)의 경우 작년 연체율이 3.53%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그 이상의 연체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호주 증권투자위(ASIC) 조사에 따르면 호주 BNPL 이용자의 5명 중 1명이 연체를 하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후불 결제 사업자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해 손실을 메우려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선의의 자영업자들에게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신용카드사들과 달리 당국의 수수료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후불 결제 한도가 개인 월평균 카드 이용액(50만~80만원) 수준까지 확대될 경우 상환 능력이 없는 금융 취약 계층이 대거 이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는 이른바 ‘제2의 카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고은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불 능력을 벗어난 소비를 하지 않도록 적절한 소비자 보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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