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진 서강대 교수 “‘압축 성장’ 네이버에 사회적 책임 요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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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메가플랫폼 네이버> 저자 원용진 서강대 교수. / 박민규 선임기자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이슈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처음 국회 국정감사에 나왔다. 당시 네이버가 언론사처럼 움직이면서 기사 배치를 조작하고, 정작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해진 GIO는 “뉴스를 생산하지 않아 기존 언론사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2021년 국감은 ‘플랫폼 국정감사’로 불린다.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와 사업 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10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관한 질문에 “죄송하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플랫폼으로 돈 없고, ‘빽’도 없고, 기술도 모르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4년 사이 국정감사의 이슈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해진 네이버 GIO가 2017년 국정감사에서 네이버의 정체성을 언론사가 아닌 “기술 플랫폼 회사”라고 강조했지만, 대부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먼저 떠올렸다. 폴랫폼의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진 올해가 돼서야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주요 이슈가 됐다.

플랫폼은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책 <플랫폼 레볼루션>)라고 정의된다. 요약하면 플랫폼 기업은 ‘중개사업자’에 가깝다. 네이버는 홈페이지 하단에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라고 공지한다. “상품, 상품정보, 거래에 관한 의무와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습니다”라고도 밝힌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플랫폼화된 네이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책 <메가플랫폼 네이버>(공저)를 냈다. 문화연구자인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향한 비판적 분석은 많았지만, 플랫폼 기업이 된 네이버를 들여다본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연구 논문을 검색해보니, 네이버의 뉴스 배치 등을 분석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책에 “네이버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플랫폼화되는데 ‘온 사회가 다 들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썼다. 이용자의 참여와 흔적(데이터)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판이 주된 논지다.

원용진 교수를 지난 10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3시간가량 이어졌다.

네이버의 소상공인 대출 서비스 안내문 / 네이버 제공



-왜 네이버를 분석했는가.


“네이버나 카카오는 요즘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다. 사실 네이버는 여러 플랫폼 기업의 은유이기도 하다. 네이버라는 이름의 자리에 카카오나 쿠팡을 넣어도 같은 분석을 할 수 있다. 이중 네이버는 플랫폼 기업으로 덜 다뤄진 측면이 있다. 네이버와 관련된 문제는 뉴스 생산과 유통에 집중됐다. 네이버는 종합 포털에서 플랫폼으로, 다시 메가 플랫폼으로 몸집을 키워가는데 비판적 분석이 보이지 않았다. 연구도 부족했고, 시민사회의 견제도 없었다. 국회도 플랫폼의 성장이 어떤 파장이 올지 전혀 신경쓰지 못했던 것 같다.”

-네이버 밖에서 네이버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던 것일까.

“올드 미디어가 돼버린 방송사는 시청자 1000명 정도를 기반으로 더듬더듬 수용자 파악을 하는 수준이다. 반면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들어온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네이버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20여년간 압축 성장을 했다. 초기 종합 포털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가 놓쳤던 이 모습을 들여다봐야 한다.”

-책을 보면 시종일관 네이버에 비판적이지만, 동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어지는 이야기다. 현재 플랫폼 기업 네이버를 다룬 담론이 적다. 참고할 문헌이나 자료 없이 강한 주장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이번 책을 계기로 논의가 두터워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비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우리가 (네이버를) 잘 사용해왔고, 사용가치를 무시할 순 없다.”

-네이버를 ‘메가 플랫폼’이라 부르면서 ‘플랫폼화’됐다고 표현했다.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에서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서 두개를 문제 삼는다. 약탈적 가격 책정과 수직 통합이다. 가격을 확 낮춰 시장점유율을 확장하고, 결국에는 시장을 독점하는 아마존식 영업을 약탈적 가격 책정 방식으로 본다. 한국의 플랫폼 시장에선 네이버나 카카오의 수직 통합은 진행 중이다. 유통을 담당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생산까지 직접 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어난다. 플랫폼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인데, 이를 플랫폼화라고 이름 붙였다. 플랫폼이 생산과정을 통합해 집어삼키는 것을 뜻한다. 모든 책임을 네이버에 다 지울 순 없지만, 사회가 전부 플랫폼화돼가는 데 우려를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네이버를 향한 지적은 예전부터 적지 않았다. 네이버에서만 이용자를 머물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많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과거 포털로 불리던 시절 네이버나 지금의 카카오(다음)에는 그들이 제일 잘하는 비즈니스가 일정 정도 공론장 역할도 해줄 거라고 기대가 있었다. 지루하고 덜 중요하다고 여겨질 순 있는 부분들이다. 요즘은 다음 아고라나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에서 그런 기대가 있는가? 없다. 네이버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는 이제 마켓이 됐다. (네이버가 인증한) 파워블로거의 대부분은 상품과 관련된 이들이다. 소비자가 네이버에서 누리는 편익도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종류의 것들이 가장 활성화됐다.”

공정위는 2020년 10월 6일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사 쇼핑과 동영상 부분 검색서비스에서 우선 노출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네이버는 자사 쇼핑 입점 업체 상품에 1.5배 가중치를 부여해 화면 상단에 노출하는 방법을 썼다. 공정위가 확인한 알고리즘 조작 횟수만 6번이다.

-플랫폼 없인 생활이 어색해진 상황이기도 하다. 플랫폼이 주는 편리함의 매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모두 많이 무뎌졌다. 저는 플랫폼의 ‘배경화’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물고기라면 플랫폼이 물처럼 돼버렸다. 깔끔하고 편하니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장사하시는 분들도 플랫폼에 어떻게 노출될지부터 고민한다. 여기에도 다 비용이 들어가는데, 플랫폼에 들어갈 비용을 이제는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

-플랫폼을 시민의 사회생활 전체를 자원 삼아 온갖 상품을 만드는 ‘사회적 공장’에 가깝다고 비유했다.

“한국은 자국의 플랫폼이나 포털서비스가 점유율을 차지하고 유지하는 드문 예다. 네이버의 성장에는 한국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크게 작용했다. 지금은 이용자들의 검색패턴 등을 데이터로 읽어내 쇼핑이나 뉴스제공에 활용한다. 과거에는 지식인과 블로그가 그랬다. 네이버가 이용자들의 아이디어를 무료로 사용했던 부분들이다. 이용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감사함을 표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정작 네이버는 ‘구글에 대항하는 삼별초가 될 것’이라며 애국심 마케팅을 펼친다.”

-네이버의 이윤 창출은 이용자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계속 강조한다.

“아들이 미국에서 대형 플랫폼 회사에 다닌다. 한국 플랫폼 기업 몇곳에서도 일을 했다. 언젠가 한국으로 들어올 텐데, 학위가 있어도 학교로는 안 간다고 하더라. 학교로 가면 데이터가 없어 (플랫폼과 관련된) 일을 못 한다고 한다. 기업으로 가면 비즈니스 연구소가 있고, 그곳에선 사용할 수 있는 이용자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만져야지 이익을 낼 수 있다. 데이터가 있으면 맞춤형 광고와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접속 기록으로 다 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는 어떤 서비스를 해주자, 이게 된다.”

이해진 네이버 GIO가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이해진 네이버 GIO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광고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도 편익을 누리고 있다는 취지다.

“자료를 보면서 네이버가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1위라는 점을 확인하고 놀랐다. 매출의 상당액은 높은 포털 점유율에서 나오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나왔을 것이다. 생산자가 누리는 편익을 부인할 순 없겠지만, 모든 비즈니스가 다수에게 동등한 기회를 줄 것이라는 가설에 적극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네이버는 온갖 비즈니스를 다 만들어놨다. 네이버 지도에는 근처에 가면 갈 만한 곳이 자동으로 뜬다. 기계가 한다고 다 중립적일까? 네이버는 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배치하는지 정하는 룰 없이 순위를 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알고리즘을 보여달라고 하면 영업비밀인데 보여줄 리 없다.”

네이버 파이낸셜의 대출상품은 네이버 쇼핑에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한다. 네이버에 기록된 판매기록 등으로 소상공인 신용도를 평가하고, 은행과 소상공인을 중개해 대출상품을 파는 식이다. 네이버는 정확한 신용도 파악이 안 돼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대출의 문턱을 낮췄다고 홍보한다.

네이버가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주요 근거는 이용자들이 잘 읽지 않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이하 방침)에 있다. 방침에는 ‘서비스 방문 및 이용기록의 분석, 개인정보 및 관심에 기반한 이용자 간 관계의 형성, 지인 및 관심사 등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신규 서비스 요소의 발굴 및 기존 서비스 개선’이나 ‘서비스 이용기록과 접속 빈도 분석, 서비스 이용에 대한 통계, 서비스 분석 및 통계에 따른 맞춤 서비스 제공 및 광고 게재’에 개인정보를 이용한다고 쓰여 있다.

-플랫폼의 독과점이 심해질수록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는 이용자가 유리해질 것 같다.

“모바일이나 웹에도 공간 배치의 제약이 있다. 누가 돈을 더 내느냐에 따라서 위치가 정해진다. 생산자 모두가 혜택을 받는 것 같지만 혜택은 선별적이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플랫폼에 예속되거나 종속되는 부분이 더 커지고, 지불해야 할 게 늘어난다. 노출 기준 중 하나인 소비자 평가 또한 점점 진솔해지지 않고 있다. 독점적 지위가 확고해져 다른 사업자가 들어올 수 없게 될수록 네이버의 비즈니스 방향은 돈을 더 내는 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책에서는 네이버의 잦은 인수합병도 비판한다. 기업 생태계에선 큰 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선순환이 이뤄지는 게 보편적인데.

“스타트업은 유지가 아니라 높은 가치에 기업을 파는 것이 목표라고도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선 기업 인수·합병(M&A) 자체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미국 아마존은 인수 제안을 거절한 유아용품 업체를 고사시키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아마존이 독자적으로 유아용품의 가격을 크게 낮춰 판매했고, 기존 업체는 결국 인수·합병됐다. 그리고 합병이 이뤄져 생긴 결과는 독과점이다. 덩치 큰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기업을 사들이면서 독과점을 강화하는 방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플랫폼 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책의 1차 독자는 가족이었다. 이번 책을 본 자녀들이 내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둘 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열심히 개발하고 프로그램 짜서 좋은 서비스 만들었는데, 거기에 공적 책임 부여하는 게 이상하다는 식이다. 조금 달리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잘 내면 호텔 없이 호텔업하고, 큰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발상이 천재적이라며 회자된다. 매끈한 아이디어로 돈을 벌어가는 것들. 다 좋은데, 아이디어를 고안한 사람이 잘나서 혼자 힘으로만 플랫폼 비즈니스를 키우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용자들의 참여가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 플랫폼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물론 어느 쪽이 정답인지 답은 없다.”

-최근 한국 정부도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있는데, 여러 관점에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를 보면 반독점법을 더 강하게 적용하거나, 아니면 플랫폼 기업은 일반 기업과 성격을 다르게 보고 별도의 공적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있다. 아직 우리는 논의가 무르익진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네이버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보면 결국 보험·예금처럼 금융서비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성장도 카카오뱅크의 약진에 힘입은 바가 크다. 단군 이래 가장 편한 결제 방식이 도입됐다고 하는데, 사실 이 또한 금융과 관련된 데이터가 대거 공개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자신들의 데이터를 내어준 시민들의 양보가 없었으면 성장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의 역할이 어느 정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최근 <오징어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넷플릭스의 이익배분이 논란이 됐다. 국내 망은 망대로 쓰면서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 점도 이야기가 나온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있고,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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