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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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05. 오전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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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①] "플랫폼 기업으로 ‘180만 노동자’ 법의 사각지대 놓였다"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으로 어느덧 비대면 문화가 ‘뉴노멀’(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경제 위기 이후 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로 자리잡았다. 주변 맛집 음식부터 해외직구 상품까지 집에서 받아본다. 은행 방문 없이도 대부분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 방문할 일이 생겨도 간단하게 택시를 집 앞으로 부른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확산된 온라인 플랫폼은 코로나 상황을 거치며 우리 삶에 더욱 깊숙이 스며들었다. 소비자들과 사업자들이 몰리면서 온라인의 플랫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시장 지배력이 강해진 빅테크들의 행보가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일희일비부터 그 일자리의 양과 질로도 이어지기에 이르렀다. 혁신을 앞세운 이들이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사회 전반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쳤는지 살펴본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부
(1) ‘IT 플랫폼 대표’ 네이버·카카오, 일자리 창출 성공했나
(2-1) 플랫폼의 두 얼굴, 디지털 혁신 vs 골목상권 침해
(2-2) ‘갑’이 된 플랫폼, ‘산’으로 가는 규제
▶2부
(3) “경력자만 오세요.”… 무늬만 ‘일자리 창출’인 핀테크사
(4) '혁신' 외치는 유통 플랫폼 고용의 빛과 그림자

사업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잡은 기업이 곧 ‘꿈의 직장’이었다. 고액 연봉과 각종 복지혜택 등 위상에 걸맞은 대가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이 창출하는 고용은 ‘양질의 일자리’로 통했다. 삼성과 현대 등이 한국 사회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된 새로운 형태의 생태계에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취준생(취업준비생)들로부터 선망의 기업군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들은 ‘독점기업’이란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1인당 평균 급여, 제조업 대비 최대 1.7배
5년 간 직원 수, 네이버 70%↑·카카오 13%↑


각 사의 2016년 대비 2021년 직원 수 규모. /그래픽=김은옥 기자

네이버가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임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8123만원이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플랫폼 양대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카카오의 임직원들 역시 평균 830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4800만원)나 SK하이닉스(5859만원)와 같은 전통 대기업의 평균 급여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여타 대기업과 비교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도 적다. 올 6월 기준 전 직원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네이버 2.62%(111명), 카카오 7.9%(238명) 등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1년도 고용 형태 공시 현황에 따르면 10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사용 비율은 37.7%로, 양사는 이 수치에 크게 못 미친다.

다만 창출하는 일자리의 질과 별개로 신규 채용의 문은 턱없이 좁았다. 2018년부터 3년 간 양사의 신규 채용은 크게 늘지 않았다. 네이버의 신규 채용은 2018년 593명에서 2019년 248명으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700명으로 늘었다. 카카오의 경우 ▲2018 958명 ▲2019년 758명 ▲2020년 738명 등으로 오히려 신규 채용이 꾸준히 줄었다.

총 직원 수는 2021년 6월 기준 네이버가 4235명으로 5년 전인 2016년 대비 1756명(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 직원 수는 354명(13%) 늘어난 2981명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타격을 입은 제조업과 비교해서도 카카오의 직원 수 증가율은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전후 삼성전자 직원 수는 10만5044명(2019년 6월)에서 11만1683명(2021년 6월)으로 6.3% 증가한 가운데 카카오도 비슷한 수준인 6.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2017년 63개였던 계열사 수가 2021년 현재 118개까지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증가율은 매우 미미하다는 평가다.


플랫폼 기업 간접 고용창출 효과 ‘주목’
법의 사각지대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처럼 플랫폼의 일자리 창출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정부가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플랫폼을 매개로 한 간접 고용창출 효과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산한 2020년 한국 플랫폼경제종사자 수는 179만명이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0년 총 취업자(약 2690만명)의 6.65%에 해당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경우 일반 기업과 다른 추가 고용창출 능력을 갖췄다”며 “일반 기업에선 보기 드문 재택근무·파트타임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 기업들은 제조업과 함께 일자리 창출의 한 축을 담당할 업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제조업에 고용 한파가 불면서 플랫폼 기업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제조업 취업자 수는 437만명으로 전년대비 2.5%(11만명)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교역산업이 줄면서 지난해 9월까지 총 16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진 가운데 이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플랫폼으로부터 간접 창출된 일자리를 ‘양질’이라고 볼 수 있냐는 지적도 있다.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플랫폼 기업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노동 형태인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에 종속되는 동시에 자영업자와 같이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독립·종속 정도는 플랫폼 유형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플랫폼 노동자의 객관적 노동조건이 임금 근로자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은 상당 부분 드러난 사실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8년 플랫폼경제종사자 422명을 대상으로 사회보험(민간 건강보험과 연금보험 제외) 가입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70.1% ▲국민연금 52.6% ▲고용보험 34.4% 등에 그쳤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플랫폼 기업의 책임 법제화 필요
노동자에 대한 개념도 확대돼야…


/사진=뉴시스
4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행법상 플랫폼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특수고용직)과 함께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 웹툰·웹소설 업계 내 고질적인 불공정 계약 문제가 대표적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 9월 14일 성명서를 통해 “카카오는 소위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자사의 독점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마케팅을 추가로 해준다는 명목으로 유통 수수료 20%를 별도로 출판사와 작가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플랫폼노동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노동은 이후에도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노동자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노동자의 개념을 확대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선 노동자를 ‘일하는 모든 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는 한국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라며 “‘비준을 했다’라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책임을 다한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노동자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조은 참여연대 간사는 하루라도 빨리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조은 간사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부분은 큰 문제”라며 “(플랫폼에 대한)종속성이 높은 노동자들을 직고용한다던가 일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 마련에 대해 정치권에서 활발히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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