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100대가 돌아다닌다"…네이버 회색건물에서 벌어질 놀라운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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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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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27] 우리 회사에 로봇 100대가 돌아다닌다면 상상이 되나요? 5층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이 1층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서 직접 가져다주죠. 1층에 택배나 우편물이 오면 받아주기도 하고요.

사람이 직접 이동하는 것보다도 훨씬 빠릅니다. 왜냐고요? 로봇만의 전용 통로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나 방역도 로봇이 알아서 합니다. 흔히 잡무로 불리는 일들을 로봇이 직접 보조해준다는 얘깁니다. 영화에서는 한 번 봤다고요? 아마도 올해 네이버의 제2사옥에서는 펼쳐질 일입니다.

네이버는 왜 새로운 신사옥 전체를 '로봇 사옥'으로 만들었을까요? 특급 비밀을 파헤쳐볼까 합니다.

네이버 제2사옥에 포함된 특허만 237건

네이버가 연내 완공을 목표로 분당 정자동에 짓고 있는 제2사옥(회색빛 건물)은 국내 최초 로봇 친화형 오피스다. 뒤에 보이는 옆 건물이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다. /사진=한주형 기자
네이버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사옥인 그린팩토리 옆에 제2사옥을 건축 중입니다. 연내 완공이 목표인데요. '그레이팩토리'라는 이름이 붙여질 것 같은 회색 건물이 1사옥 옆에 나란히 서 있습니다. 현재 내부 마감을 진행하고 있을 텐데요.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미래 기술이 융합되고 연결되는 이른바 '테크 컨버전스(Technological Convergence)빌딩'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해내기 위해 네이버는 '프로젝트 1784'라는 이름으로 네이버랩스 등 네이버 안의 기술 부서 모두를 참여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는 최근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이 적용된 빌딩의 기술적 특성' 특허 22건을 출원했다고 밝혔는데요. 로봇 친화형 건물로 구축했다는 것인데, 사옥의 특성으로 특허를 낸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럼 사옥 자체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제2사옥은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로봇이 사람과 공존하는 건물입니다. 직원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로봇 오피스' 시대의 서곡이죠. 사옥에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봇 전용 통로 △로봇 충전 공간 등 로봇만을 위한 공간이 마련됩니다. 여기에 로봇 제어와 관련한 기술적 요소들이 반영되는데요. △로봇 주행 △사고 방지 기술 △5G 특화망을 통한 초저지연 통신 등입니다.

아직 감이 잘 안 오죠? 좀 더 쉽게 생각해봅시다. 일단 네이버의 제2사옥 내부에는 최소 100여 대의 자율주행 로봇이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단일 사옥에 들어가는 로봇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데요. 이처럼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사옥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입니다. 식음료·서류·택배 등 배달과 심부름에 특화된 로봇, 청소·방역 로봇, 외부인 등 출입을 관리하는 경비 로봇, 안내 도우미 로봇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서비스 로봇을 대거 투입할 예정입니다.

자료=매경DB
그런데 이 같은 서비스 로봇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로봇 기술이 필요합니다. 먼저 하드웨어인 로봇이 작동하는 두뇌를 주행 로봇 자체에 심게 되면 로봇의 무게가 꽤 많이 나가거든요. 그래서 네이버는 이 로봇들의 두뇌를 클라우드상에 띄우는 '두뇌가 없는(브레인리스) 로봇'을 구현합니다. 이 로봇을 클라우드 기반의 중앙 관제 시스템으로 모두 통제하는 것이죠.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장이 났을 때 곧바로 알아차리는 겁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ARC(아크)'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 97건을 보유했어요. 아크로 제어하는 실내 서비스 로봇 관련 편의 기술 특허도 76건을 등록했고요. 아크가 무엇이냐면, 인공지능(AI), 로봇(Robot), 클라우드(Cloud)의 앞 글자를 따 만든 단어예요. 로봇의 두뇌가 클라우드에 띄워져 있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자, 그다음에 로봇이 사람처럼 돌아다니려면 무슨 기술이 필요할까요? 자율주행 기술과 지도 기술이 필요하겠죠. 실내에서는 GPS(위성항법장치)가 통하지 않잖아요. 로봇이 실내에서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각도를 정확히 알아내야 하고요. 네이버는 실내 지도 제작과 관련한 기술 특허 42건을 출원했습니다.

생각해보자고요. 수백 명의 사람들과 수십 대의 로봇이 움직이는 실내에서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할 테고요. 이때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과도 부딪쳐서도 안 되고, 움직이는 로봇끼리도 부딪치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야겠죠. 이를 위해 건물 곳곳에 달린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라이더 센서 등을 통해 공간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돼야겠죠.

로봇들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이 안정적인 네트워크 연결이겠죠. 독자적인 통신망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정부가 지난달 말에 주파수를 개방해주기로 했습니다. 본래 5G 통신망(특화망) 구축은 통신사만의 영역이었거든요. 그런데 비(非)통신기업도 특정 지역에서 소규모 5G망을 구축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파수 공급안을 확정한 것입니다.

정부는 28㎓ 대역을 비통신기업에 열어주기로 했는데, 이론상으로는 LTE에 비해 20배 빠른 대역입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약한 한계 등으로 이동통신사들이 전국망 구축을 위해 투자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 대신 이제 기업에 주파수 문호를 열어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네이버는 제2사옥에서의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위해서라도 이 대역을 확보하려고 할 테고요.

거기다 사람과 로봇이 서로 배려하고 공존하면서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로봇이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면 안 된다'라는 대전제를 로봇에 프로그래밍한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사람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했고, 특이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멈춰야 합니다.

네이버, 로봇과 실생활의 연결…"미래 먹거리 찾는다"

네이버가 굳이 2사옥을 로봇 사옥으로 짓고, 로봇과 사람의 공존을 시도해보는 것은 생존을 위한 투자라고 보면 됩니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까요? 본인들이 가장 쉽게 관찰하고 통제할 수 있는 본인들만의 공간에서 로봇, 자율주행, 지도 등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실 제2사옥의 원활한 구동에 사활을 걸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네이버는 로봇이 곧 실생활에 들어올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죠. 현재도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 팔 등 산업용 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제 실생활과 만날 차례라고 보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로봇 이슈를 주도하는 곳들은 하드웨어 제조회사였는데, 이제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될 때 일상의 서비스와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건데요. 네이버는 쇼핑, 콘텐츠, 금융 등 일상의 서비스를 엮어내고 있는 대표적 플랫폼 기업이니까요.

네이버의 책 읽어주는 스마트조명 `클로바 램프`. /사진=네이버
인공지능 스피커인 '클로바'에서 로봇과 일상의 만남을 엿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클로바 램프'는 책을 읽어주는 스마트 조명입니다. 인공지능 광학 문자판독 기술인 'OCR’ 기술과 음성합성 기술 등이 결합돼있죠. 클로바램프 아래 펼쳐진 책 속 글자를 읽어들인 뒤, 어른이나 아이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읽어줍니다. 이게 모두 네이버가 추구하는 미래입니다. 인간의 삶에 들어와 인간의 요구사항을 해결해주는 로봇요. 네이버 제2사옥에서 벌어질 로봇 혁명, 기대되지 않으세요?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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