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경영쇄신안에도 비판 고조...ESG경영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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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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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동료 사망 사건 관련 노동조합의 진상규명 최종보고서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안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네이버 직원 자살 사건이 네이버에 혁신 및 쇄신 요구의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지금보다 더욱 강도 높게 쇄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강조해온 ESG경영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네이버 이사회는 지난 25일 사내 괴롭힘을 당해 온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 COO는 네이버 이사회의 등기임원직도 사임했다.

최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로,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측근으로 꼽힌다. 최 COO와 괴롭힘 가해 의혹을 받는 사내독립기업(CIC) 책임리더(임원)가 직원의 극단적 선택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며 최 COO의 입지가 좁아졌다.

실제로 네이버 내부 조사 결과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 특히 네이버가 운영하는 사내독립기업 조직에 마치 독립된 회사처럼 인사와 재무 등 운영 자율성을 주면서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네이버는 "현재의 CXO체제가 회사의 지속적 성장과 혁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급성장의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지금의 CXO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며 "네이버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만들어가며 네이버를 본격적으로 바꿔 나가겠다"며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연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경영진은 실무 TF를 구성해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연말까지 완료할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진행 과정에 대해 이사회와 충분히 협조하기로 했다.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뤄지는 경영 체계의 변화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새로운 체계에서 네이버는 새로운 단계의 도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지난 28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의 조치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했다.
네이버 노조가 한달여간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인은 과도한 업무및 부당한 업무지시와 함께 회의 중 보드마카를 던지고 사원증을 당기는 등 모욕적인 언행과 폭력적인 협박 등에 시달려왔다.

네이버 노조는 "최인혁 COO는 COO자리에서 사임했지만 공익재단 해피빈,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 등 아직도 주요 계열사 경영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모든 보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에 대해서는 "평가·업무지시·보직·인센티브·스톡옵션 등 조직원들의 목줄을 부여잡고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다"며 "문제 언행에 낮은 수준의 징계 조치를 내린 건 약하고 형식적인 징계 조치"라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임원 A씨는 해임 조치를 받고, 직장 내 괴롭힘에 가담한 임원 B씨가 3개월 감급 조치를 받은 데 대해 B씨에게도 해임 조치를 요구했다.

노조는 그동안 네이버 측의 안이한 대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직원들은 지난 2년간 경영진 면담과 임원들에 대한 상향평가, 퇴사 면담시 원인 지목, 사내 신고채널을 통한 신고 등 사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식을 통해 문제제기를 했다"며 "경영진과 인사부서는 이를 충분히 이지하고, 조치할 수 있었지만 어떤 대처도 하지 않고 오히려 임원들의 권한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앞으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노조가 참여하는 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몰려 있는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네이버 노조는 앞서 네이버 내 노동인권실태와 관련 비즈·포레스트·튠 등 3개 사내독립기업 소속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정 근로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했다는 답변이 10%를 넘어섰다고 지적하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해 오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직장 내 괴롭힘과 주52시간 초과 근무 의혹까지 받으면서 사회(S) 분야에 대한 미비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매년 지속가능보고서를 내고 네이버의 ESG경영에 대해 홍보해왔다.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의 '인권 존중' 파트를 보면 '네이버는 어떠한 이유로도 구성원을 차별하지 않으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우월적 지위/권한 남용, 고압적인 언행, 강제 노동, 아동 노동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고충처리 채널 '위드유'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을 겪은 직원에게 회사의 처리 프로세스를 상세하게 안내하며, 피해사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와 함께 불이익이나 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100% 인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직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네이버의 직장 내 인권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다. 네이버가 이와 관련 제대로 된 쇄신을 하지 않으면 네이버가 품고 있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경영진은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한성숙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깊은 사과를 전한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네이버의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는 어떤 것일지 고민하고 세워나가고, 재발방지 대책도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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