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IT(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달 말 그간 진행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리스크관리위는 관련자 인터뷰 등 외부 업체를 통해 다각도로 조사를 벌여왔다.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선 리스크관리위가 공정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적지 않았다. 네이버 경영진이 임명한 사외이사들이 내릴 결론에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부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네이버 노동조합은 진상 조사는 물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참여하겠다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고인의 근무일지 등 사건 관련 자료도 사측으로부터 제공 받지 못한 상태다. 이와관련, 네이버 노조는 자체 조사한 결과를 사측의 발표 이전에 공개한다는 계획이어서 경우에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네이버 노조는 팀 리더 A씨가 고인을 상대로 야간·휴일·휴가를 가리지 않고 지나친 업무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7일 중간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고인은 동료에게 "A씨와 미팅할 때마다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은 25일까지로 예정된 상태다.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실제로 이뤄졌는지와 불합리한 조직 문화가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이달 말 나올 네이버의 자체 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최모 COO(최고운영책임자)의 징계 수준이다. 최모 COO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A씨의 괴롭힘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사내 영향력이 큰 최모 COO에 대한 고강도 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번 사건이 내부 구성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끼리끼리'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목소리가 크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문제 된 인물들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함께 시스템 개선이 따라와야 한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네이버 구성원들의 상실감이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오후 1시쯤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서 한 네이버 개발자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이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고, A씨가 가해자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