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막아라”… 금융계 소리없는 ‘플랫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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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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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KB·신한, 빅테크와 전면전

리딩뱅크 지위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차세대 금융 플랫폼을 앞세워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전면전에 나선다. 지금처럼 오픈뱅킹 수준에 머물다간 쇼핑, 자산관리, 재테크 등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에 잡아먹힐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2년째 리딩뱅크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KB금융과 이를 탈환하려는 신한금융은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하나의 앱에서 금융은 물론 라이프 사이클 전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멀티 생태계를 얼마나 쓰기 쉽고 ‘가볍게’ 만드느냐에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금융 위협하는 빅테크 천하

직장인 김모(41)씨는 최근 모든 금융 생활을 네이버페이로 통합했다. 여러 신용카드사의 할인 행사나 포인트를 챙기는 데 염증이 난 터였다. 네이버페이를 쓴 뒤론 어떤 신용카드를 쓰든 네이버 포인트로 적립이 됐고, 일반 카드사가 혜택을 주지 않는 편의점 주류 구매 등에도 포인트가 따라왔다. 금융기관 대출과 은행·증권사 자산 내역, 신용카드 거래 명세와 결제 내역까지 모든 걸 한번에 볼 수 있으니 은행 앱이나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접속하는 빈도도 현저히 줄었다.

김씨는 14일 “일반 신용카드를 쓸 때는 혜택을 챙기려고 해봐도 전월 실적 등 여러 전제 조건이 많아 항상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며 “직장 생활하면서 매번 주식 상황이나 카드 결제내역 등을 신경 쓰기도 어렵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페이를 쓰면 필요할 때 가끔 체크만 하면 된다”며 “생활이 너무 편해져 네이버에는 아예 유료 멤버십에 가입했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손쉬움이다. 금융기관과 연동돼 있어 모든 자산을 관리할 수 있고 쇼핑, 장보기, 레스토랑 예약 등 생활 전반의 편리함에 더해 포인트까지 얹어준다. 이런 빅테크 기업에 맞서 누구 못지않은 인프라를 가진 빅2 금융사가 플랫폼 탈환전에 나선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누가 뭐래도 플랫폼 사업”이라며 “금융사 역시 막강한 인프라를 가진 만큼 금융을 넘어 생활 전반의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복층 구조 플랫폼에 사활


KB금융은 디지털 플랫폼 혁신을 내걸고 연내 ‘뉴 스타뱅킹’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 기능의 중추인 은행 앱을 발전시켜 계열사 전반의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 인증서에 맞서 KB모바일인증서 생태계를 구축해 통합 마케팅 등 생활 기반 금융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뉴 스타뱅킹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을 분리해 모바일 중심으로 구성한다. 나이와 소득, 직업 등 금융회사가 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를 시도해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토록 할 예정이다. 모든 계열사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되 프로그램은 가볍고, 감성적으로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

뉴 스타뱅킹이 금융지주 전반을 아우르는 확장형 종합 플랫폼이라면 간편송금, 결제, 환전, 교통 등 핵심 생활금융 서비스는 ‘리브(Liiv)’ 앱을 통해 제공한다.

특히 리브 앱은 2030세대를 겨냥해 빠르고, 실속 있는 서비스로 개발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리브메이트’는 통합 자산 조회와 맞춤형 소비관리, 재무 관리 등 자산 관리에 특화된 생활형 플랫폼으로 구축한다.

아무리 플랫폼이 좋아도 네이버·카카오 같은 이용자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고객 유인을 위해 강점 분야인 부동산 부문을 ‘리브 부동산’으로, 중고차 부문은 ‘KB차차차’로 특화했다. 또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KB페이도 국민카드는 물론 상품권, 지역화폐 등 비카드 결제 수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권을 통틀어 최고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전사적으로 이를 결집하면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얼마든지 주도권을 앗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파트너와 전략적 동맹

신한금융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해 본부장급 추진단장 등 30명으로 구성된 ‘TODP(Total Online Digital Platform) 추진단’을 신설했다. 비금융 부문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위해서다. 네이버가 기술 창업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처럼 신한금융도 3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 펀드를 조성해 유망 벤처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기술 동맹을 통해 플랫폼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원스톱 금융 플랫폼의 원조도 따져보면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2018년 업계 최초로 ‘신한플러스’ 앱을 출시해 모든 계열사 기능과 통합 리워드 등 혜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멤버십 플랫폼과 금융거래 앱을 결합한 ‘신한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데, 회원 수가 1500만명을 돌파했다.

은행 앱인 ‘신한 쏠’은 세대·타깃별 맞춤형 테마를 제공한다. 이 역시 ‘초 개인화’의 일환이다. 생활 편의 서비스를 통한 라이프 플랫폼 진화를 목표로 라이브 쇼핑과 여행 등 취미·재테크·소비에 대한 최신 콘텐츠를 제공한다. 금융회사형 ‘포털 사이트’를 통해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 나선 셈이다. 신용카드 플랫폼인 ‘페이 판’은 총가입자 수가 1300만명, 월 방문(MAU) 520만명, 하루 방문(DAU) 110만명의 기록적인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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