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5년만에 45만 스마트스토어 창업과 함께 이커머스 ‘親소상공인’ 정책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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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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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점유율 1위 사업자는 지난해 거래액 약 28조원으로 추정되는 네이버다. 약 3년전만 해도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보다 점유율이 낮았지만, 2018년도를 기점으로 타 업체들을 추월해 1위로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검색과 쇼핑을 연결한 ‘플랫폼의 힘’이라고 말하지만, 네이버 쇼핑검색은 2005년도부터, 스마트스토어의 전신인 ‘스토어팜’은 2014년도부터 사업이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최근 몇 년간의 성장이 단순히 쇼핑검색과 플랫폼 파워에서만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보다는 네이버가 ‘친(親)소상공인’ 중심의 커머스 성장을 본격화한 2016년도 이후를 주목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 티몬에 이어 롯데온까지 신규 판매자를 대상으로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혜택을 강화한다. 상품 카테고리 별로 수수료를 받던 전형적인 오픈마켓식 운영을 탈피하고 판매자(소상공인) 우대 정책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던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판매자에게 까지도 적극 우대 정책을 펼친 네이버의 사례를 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2014년에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판매수수료 없이도 누구나 온라인 쇼핑사업을 창업할 수 있는 ‘스토어팜’(스마트스토어 전신)을 시작했다. 2016년도에는 매년 1만명의 신규 쇼핑 창업자를 만들며 우리 경제에 ‘분수효과’를 만든다는 ‘프로젝트 꽃’을 선보이며, 소상공인을 위한 각종 교육과 인프라 지원, 업계에서 가장 빠른정산, 스타트제로(수수료지원), 성장포인트 (마케팅 지원) 등 소상공인의 성장 단계별 프로그램을 ‘프로젝트 꽃’의 일환으로 제공했다. 그 결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국내에서 가장 손쉬운 창업 플랫폼으로 꼽히며, 약 45만여개 스마트스토어 창업을 이끌어냈으며, 2020년 스마트스토어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약 16조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으로 소상공인들을 위한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피해로 새로운 창업 혹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비대면 비즈니스 전환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에게 사업의 터전이자 성공의 기회가 됐고, 성공 사례들이 점차 늘어났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월 거래액 1억원 이상의 스토어는 4천개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네이버가 커머스 사업 관련해 경쟁업체의 견제와 정치권의 제재와 비판을 받아올 때마다 소상공인들은 네이버에 이입하여 항변했다. 이는 소상공인 커뮤니티나 관련 기사들의 댓글 ‘민심’으로 쉽게 확인된다.

지난해 8월, 공정위가 네이버쇼핑이 자사에 유리한대로 쇼핑 검색결과를 조작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아프니까 사장이다’, ‘셀러오션’ 등 대표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서는 “(스마트스토어를) 겨우 키워놨더만 정말 열받는다” “네이버쇼핑을 규제해서 판매자와 소비자가 이득을 볼게 무엇인가. 처음에 네이버쇼핑에 적극 참여하지 않다가 결국 경쟁에서 밀리니 공정위에 제소라니”라는 반응이었으며 관련 기사에서도 “소상공인들 코로나로 인해 수수료 저렴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이용하는데 2배 3배 더 비싼 곳에서 물건 팔라는 거냐”는 댓글이 다수였다.

이후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번에는 스마트스토어 수수료율에 대한 이슈가 논란이 되었다. ‘최저 수수료’를 내세우지만 실상 쇼핑 검색 노출 광고비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명시된 수수료율을 초과한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네이버 쇼핑이 제일 안전하고, 제일 시스템이 잘 돼있고, 제일 편하고, 제일 선택권이 많다. 판매자들은 다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결국은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성공하는 법”이라며 비판했다.

동일한 시기, 네이버페이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네이버페이 간편결제 수수료가 카드 수수료에 비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와 비교된 수수료율은 네이버가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포함해 결제(PG), 주문관리(판매관리, 배송추적, 회원관리, 포인트 적립 등)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것에 대한 수수료로,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관련 기사에도 역시, “시스템구축과 유지하는 비용, 실제 이뤄지는 서비스를 파악해서 비교 해야지 그냥 카드사보다 수수료 높으니까 낮추라고 하다니” “2%면 거의 공짜로 장사 시켜주는 거지. 타쇼핑몰들은 판매가의 13%가 사이트 수수료다. 네이버 건들지 마라”라는 댓글이 쇄도했다.

이와 같은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아마존에 대항하는 ‘반 아마존 연대’를 결성한 미국 소상공인 단체인 ‘스몰 비즈니스 라이징’의 사례를 연상케 한다. 아마존은 오픈마켓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여러 기업의 가격 책정 데이터를 확보한 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직접 판매에 뛰어들면서 공분을 샀고, 이에 소상공인들은 연대해 '탈아마존' 움직임과 함께 정치권에 아마존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탈아마존'의 움직임과 함께 중소상공인들이 개별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캐나다의 전자상거래업체 ‘쇼피파이’가 급격히 성장한 점이다. 저렴한 수수료, 결제 및 주문 관리 솔루션 제공 등 '친판매자 정책'으로 아마존과 이베이와 같은 대형 오픈마켓의 대항마로 떠오른 쇼피파이는 현재 아마존 다음으로 미국 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다.

이 같은 쇼피파이와 유사한 사업모델로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손꼽힌다. 네이버가 밝힌 향후 커머스 사업의 방향은 쇼피파이와 더욱 닮았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지난 4월 2일 주주서한에서도 “네이버의 역할은 SME 판매자가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단계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초기 스토어 구축부터 고객 관리, 정산 및 금융, 데이터 분석 등 전방위적 툴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네이버 커머스 사업에 향한 비난과 견제가 발생할 경우 소상공인들의 연대와 항변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소상공인 친화 정책으로 커머스 사업을 성장시키면서 경쟁사들도 이를 따라가는 모양새인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커머스 산업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업체간 치열한 치킨게임의 양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좋은 사업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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