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캐나다의 쇼피파이를 벤치마킹하는 반면 쿠팡이 미국의 아마존을 모델로 삼아 각자도생에 나선 셈이다. 네이버와 쿠팡이 ‘쇼피파이 대 아마존’과 비슷한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쇼핑 사업을 맡고 있는 이윤숙 포레스트CIC(사내기업) 대표는 최근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네이버는 쇼피파이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쇼피파이는 매달 최저 29달러를 내면 온라인 쇼핑몰 개설과 마케팅, 주문처리, 결재 등을 지원한다. 판매자를 주 고객으로 둔 B2B(기업 간 거래)사업이다.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약 170조 원) 안팎으로 아마존(1조7000억 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51억 달러의 거래액으로 아마존(48억 달러)을 넘어서는 등 확실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는 쇼피파이처럼 중소상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스토어 ‘머천트 솔루션’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달 말 주주서한에서 “네이버의 역할은 SME 판매자가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단계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초기 스토어 구축부터 고객관리, 정산 및 금융, 데이터 분석 등 전방위적 툴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스토어를 단순 오픈마켓이 아닌 판매자들이 스스로 브랜드를 쌓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41만 개 안팎인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수를 5년 내 100만 개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스마트스토어는 지난해 거래액이 약 17조2000억 원으로 전년(10조2000억 원) 대비 58% 성장한 네이버 쇼핑사업의 주력 성장모델이다.
반면 네이버의 강력한 경쟁자인 쿠팡은 판매자보다 소비자에 집중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현재 한국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창고와 7마일 거리 이내에 사는데, 모든 인구가 해당하도록 약 1조 원을 투자해 물류창고를 짓겠다”고 밝혔다. 최저가를 제시한 판매자가 같은 상품 판매자의 상품 설명이나 리뷰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는 쿠팡의 ‘아이템 위너’ 시스템은 판매자 간 혹독한 경쟁을 유도한다. 이는 아마존의 ‘바이 박스’를 벤치마킹했다.
쇼피파이는 아마존의 이런 정책에 불만을 가진 판매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말 아마존 대신 쇼피파이를 택한 판매자 사례를 보도하며 “아마존의 판매자는 단순 판매를 넘은 미래 비즈니스 창출, 브랜드 정체성 확보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마존에서 매출 1위 브랜드였던 나이키는 2019년 11월 ‘아마존 판매중단’을 선언한 후 쇼피파이와 협력해 자사몰을 구축했다.
국내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1위 뷰티 기업인 LG생활건강은 2019년 쿠팡 판매를 중단하고 이듬해 네이버에 브랜드스토어를 만들었다. 올해 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여성의류몰 ‘라플룸’을 만든 주혜진 씨는 “쿠팡과 달리 가격, 배송 등 판매 방식을 직접 결정할 수 있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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