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빚투’도 됩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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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처럼 건물 지분 사고파는 거래소
1호 카사 이어 비브릭·소유·펀블 가세
비브릭, 레버리지 투자로 비싼 건물 공략
카사, 강남·여의도 건물서 안정적 수익 실현

카사가 상장한 건물들. /카사 제공

건물 지분을 주식처럼 소액으로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 이른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들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호 플랫폼인 ‘카사’에 이어 세종텔레콤의 ‘비브릭’, 루센트블록의 ‘소유’, 펀드블록글로벌의 ‘펀블’도 최근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거나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사가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했다면 이제부턴 후발주자들이 가세해 점유율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한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의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현상, 즉 이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용자를 불러모으는 현상)가 심해 시장 독점이 발생하기 쉬운 특성이 있다. 4개 플랫폼은 초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별화한 서비스로 이용자 유치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비브릭, 첫 공모에 388억원짜리 건물… “투자수익 극대화”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세종텔레콤은 지난달 25~27일 첫 상장 건물인 부산 초량동 ‘엠디엠(MDM)타워’의 공모를 진행해 완판에 성공했다. 공모액은 170억원, ‘브릭’이라는 1000원짜리 수익증권 1700만좌로 쪼개어 발행한다. 블록체인(분산원장)으로 투자자의 지분 소유권을 공증한다.

이용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비브릭을 통해 브릭을 사고팔 수 있다. 지분에 따라 건물의 임대수익을 나눠갖고, 브릭을 팔면 건물 시세에 따라 차익이나 손실을 볼 수 있다. 나중에 투자자 합의로 건물을 매각해서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세종텔레콤은 브릭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거래 수수료율은 카사와 같은 0.22%다.

세종텔레콤 '비브릭'의 첫 상장 건물인 부산 초량동 엠디엠(MDM)타워. /웹사이트 캡처

카사와 비교해 비브릭이 갖는 특장점은 레버리지 투자, 이른바 ‘빚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카사는 투자자가 자기자본으로만 수익증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된 반면, 중소벤처기업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비브릭은 일반 펀드처럼 대출을 통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고 한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적은 투자자 참여로도 공모액 달성이 쉽고, 비싼 건물 투자가 가능해 투자자가 거둘 수 있는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사가 상장시킨 건물 5개의 가치는 각자 공모액 기준으로 13억~102억원, 총 265억원이고 지난달 29일 시가총액 기준으론 총 277억원이다. 반면 비브릭 앱에 따르면 비브릭의 첫 상장 건물 MDM타워 하나의 가치만 현 시세로 387억7000만원이다. 비브릭은 이 중 170억원만 일반 투자자 공모를 받고 나머지 217억7000만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임대수익과 향후 건물 매각차익은 100%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MDM타워는 KTX 부산역과 직접 연결된 역세권에 있어 임대 수요가 많고, 현재 임차 비중의 83%가 삼성 계열사라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세종텔레콤은 소개했다. 투자지원금 지급 등 이벤트로 초기 이용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선두주자 카사, 투자자 신뢰+해외 진출로 ‘초격차’ 구상

카사 이용자는 자기자본으로만 투자가 가능하고 그래서 취급하는 건물 가치 총액이 상대적으로 작다. 카사는 대신 서울 강남, 여의도 등 역세권 지역의 건물을 취급하며 경쟁사보다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중기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비브릭은 부산에서만 시범 서비스가 가능한 반면, 금융위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카사는 지역 제한이 없다.

이미 5건의 상장과 수익 실현 과정을 경험한 덕에 이용자들의 신뢰도가 비교적 높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2년 간 상장시킨 4개 건물은 모두 공실 없이 꾸준히 임대수익을 내고 있고, 3호 상장 건물인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7개월 만에 매각하며 투자자들이 매각차익과 배당을 더해 수익률 15%를 달성했다. 5호 건물인 동대문 ‘부티크호텔 르릿’은 지난달 19일 공모 개시 5분 19초 만에 총 44만댑스(DABS·수익증권 단위로 1댑스에 5000원)가 완판됐다. 카사 앱 이용자 수는 15만명이다.

카사의 5호 상장 건물 '르릿'. /카사 제공

카사는 경쟁사보다 다양한 상품을 내놔 이용자 규모 격차를 벌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싱가포르투자청(MAS)의 허가를 받아, 올해 상반기 현지 거래소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외 부동산을 상장시키고 해외 이용자도 플랫폼에 끌어들일 계획이다. 국내 이용자도 카사를 통해 해외 부동산 투자가 가능해진다. 국내에선 오피스빌딩, 호텔에 이어 물류센터 등도 상장을 추진 중이다.

루센트블록의 소유는 지난달 22일 정식 출시했다. 오는 16일 공모를 진행할 첫 상장 건물은 서울 안국역 인근의 ‘안국 다운타우너’다. 수제버거 전문 브래드 ‘다운타우너’가 입점한 건물이다. 소유는 투자자가 건물 수익증권을 갖는 걸 넘어 건물에 입점한 브랜드를 이용하면 여러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가졌는데, 이를 위해 지난달 초 다운타우너와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첫 공모 참여 시 첫달 임대수익을 2배로 받을 수 있는 사전예약 이벤트로 이용자 유치에 나섰다. 펀드블록글로벌의 펀블도 조만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주된 투자 대상인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거래량이 2019년 대비 지난해 21.2% 늘어난 가운데(한국부동산원, 서울 기준) 플랫폼 간 서비스 경쟁까지 불이 붙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껏 개인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라곤 아파트뿐이었는데,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당국이 규제를 풀어준 취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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