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부동산 민심 2차전, 공급이냐 세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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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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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photo 뉴시스

“누가 윤석열 당선인의 깐부인지를 선택해야 대구에 희망이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깐부론’으로 윤 당선인의 후광효과를 얻으려 한다. 비단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건 권 시장뿐만이 아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윤 당선인과의 인연을 내세우느라 바쁘다. 소셜미디어(SNS)는 물론이고 예비후보 현수막에도 윤 당선인과 찍은 사진이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 마케팅’ 전략이다.

후광효과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약 24만표 정도였다. 득표율로 따지면 0.73%포인트 차이였다. 1987년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적은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정권교체에 성공했더라도 예상보다 박빙으로 이긴 탓에 국민의힘이 낙관론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흐름도 있다.

그래도 6월 지방선거 낙승을 예상하는 측에서는 믿을 만한 논리를 편다. 대선의 승리가 지방선거로 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대선이 끝난 뒤 숨돌릴 새도 없이 이미 6월 1일 지방선거를 향한 레이스는 시작했다. 20대 대통령 취임식은 5월 10일 열리고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일은 5월 27~28일, 본 투표일은 6월 1일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3주 안팎으로 모든 게 끝난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한 묶음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분위기를 전환하기에는 짧은 시간 간격 때문이다.

야당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운 시간이다. 정권 초기, 뉴스의 생산지는 청와대다. 새 대통령이 이슈를 끌고 가고 언론을 선점한다. 총리 지명부터 장관 내정 등 인사 문제만으로도 모든 조명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아직 태세 전환이 완전히 이뤄지지 못했다. 지방선거 체제로 돌아설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은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안 되는 분위기다. 내부에서는 일단 원내대표를 뽑고 비대위원들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정리되고 대선 패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진행되고 난 뒤에야 지방선거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대선은 이제 막 끝났으니 대선의 기세를 몰아가려는 국민의힘과 패배의 후유증을 수습하려는 민주당 모두 복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17년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경북·대구·경남 3곳을 제외한 14곳의 광역지자체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이 여세는 2018년 지방선거로 이어졌는데 더불어민주당은 경북과 대구, 제주를 제외한 14곳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해 2017년 대선과 거의 유사한 결과를 가져왔다.

부동산 둘러싼 백가쟁명식 진단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지역별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상대적 낙관론을 펼 만한 환경은 만들어졌다. 광역지자체 기준으로 총 17개 지역 중 국민의힘은 10곳에서 이겼고 민주당은 7곳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도 유권자들의 선택이 대선과 유사한 모습으로 나타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패한 쪽은 더 치열하게 복기해야 한다. 지난 3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자유토론을 하기 위해 국회에 모였다. 약 4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했고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그들은 왜 패했다고 봤을까.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청와대든 정부든 전체 부동산을 책임지는 곳의 대처 능력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급과 관련해서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만,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실은 70%에 못 미쳤음에도 공급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는 평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쏟아져나오는 기사들 중 상당수는 부동산, 특히 집값의 방향성이다. 그만큼 이번 대선 여야 대치 전선의 안팎에서 부동산 민심이 작동했다는 걸 뜻하는 방증이다. 새로 취임할 대통령이 이슈를 잠식하더라도 그 틈을 비집고 나올 만한 소재로는 부동산만 한 게 없다. 그렇다고 모든 걸 퉁치고 “부동산이 패배의 원인이다”라고 진단하는 건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다. 왜냐면 부동산 문제가 선거에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관해서는 진단이 다를 수 있어서다.

이날 토론에 참석했던 한 초선의원은 “다음 정부도 부동산이 얼마나 복잡한지 겪어봐야 알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 “부동산이 이번 패배 원인이라고는 다들 인정한다. 그런데 왜 부동산 때문에 졌는지를 두고는 각론이 다르다. 공급을 제때 못해서라는 의견도 있고 공급이 아니라 세금이 문제라는 인식도 있다. 집값을 못 내려서 문제라는 의견도 있고 집값이 오르는 걸 죄악시하는 메시지들을 내보낸 게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수도권 유권자라면 입장에 따라 누구는 집값이 올라 분노하지만 누구는 오른 집값이 떨어지는 걸 반기지 않는다. 같은 문제에도 입장이 다르고 원인 분석이 같을 수 없다. 우리 당이 앞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할지도 복잡할 것 같다.”



서울 참패는 보유세 저항 때문?

부동산이 이번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작동했다는 분석들을 보자.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보수 진영 후보의 득표율이 높다는 결과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그런 경향은 훨씬 강화됐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3월 22일 공개한 ‘세대와 부동산, 그리고 득표율’ 보고서는 2021년 7월~2022년 2월 기준 수도권 기초지자체의 아파트매매실거래가 1㎡당 평균가격과 투표율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결과를 보면 1㎡ 당 평균가격이 높을수록 투표율 또한 높은 것이 확인되었는데,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 기초지자체 아파트매매실거래가와 이재명 후보 득표율과의 관계를 살펴봤는데 1㎡당 약 606만원(평당 2000만원) 이하인 기초지자체에서는 실거래가가 높아질수록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대체로 같이 올라갔지만 반대로 1㎡당 606만원 이상(평당 2000만원 이상)인 기초지자체의 경우 실거래가가 높아질수록 이재명 후보 득표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리서치는 “이런 흐름은 서울의 기초지자체가 주도하지만 과천(이재명 득표율 39.23%, 1㎡당 2205만원)이나 성남 분당(이재명 득표율 42.34%, 1㎡당 1591만원) 같은 경기도의 대표적 고가 아파트 지역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전장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수도권은 부동산 민심의 시작지였고 전국적 확산을 불러온 진원지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을 수성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물러난 경기지사를 차지하게 될 경우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지방 권력을 정국 돌파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4·7 보궐선거 때 내준 서울시장을 다시 가져온다면 민심 회복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4·7 보궐선거와 20대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까지 3연패하는 건 치명적이다. 반드시 피하고 싶은 일이다. 지금의 구도를 지키는 쪽과 파고드는 쪽의 다툼은 격렬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대에 따라 투표율의 차이가 나고 선호 후보의 우위가 갈렸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을 단순 공급의 문제로 보지 않고 세금 문제로 보는 시각도 많다. 특히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난 서울은 조세 저항 분위기가 적지 않았고 투표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집값이 올랐다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장 만질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반면 세금은 당장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라 저항이 크다. 실제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곳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했는데, 서울시 자치구별 재산세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강서구(8위)를 빼면 재산세를 많이 내는 1~14위에서 윤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신의 이익에 충실한 선거였다.

“재개발·재건축 공약 없는 후보 없을 것”

지난 3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주관한 20대 대선평가토론회가 열렸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여기에 참여했다. 박 교수는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 여론조사는 0~2% 차의 박빙 승부를 예측했고 선거결과는 초박빙인 0.73%였다”며 “공표금지기간 동안 전환점이 발생한 건데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의 차이일 수 있지만 실제 여론의 변화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박빙의 결과’가 신경 쓰인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박빙이었다. 경기도는 졌고 서울은 이겼지만 5% 차이였다. 민심 차이가 그리 크지 않지 않은 가운데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민주당 구청장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될수록 투표율이 높은 그룹을 향한 구애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 특히 부동산에 예민한 유권자에 총력전을 펼치는 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백원국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택정책지원센터장 등 부동산 전문가가 인수위에 다수 참가한 배경이다. 민간 주도의 공급 중심으로 선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인사다.

민주당은 조세 저항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동산 관련 세제를 완화해 분노의 민심을 다독인다는 구상이다. 1가구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대선 때 주요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이 국민의 욕망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렀다면 지방선거는 더욱 세밀하게 지역민의 욕망을 건드린다. 특히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 권한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에서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단체장 후보들이나 지방의회 후보들은 그들 나름대로 유권자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부동산 공약을 강조하고 청사진을 펼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여야 막론하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넣지 않은 예비후보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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