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빗장 푸는 은행들…부동산 시장도 활기 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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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24. 오후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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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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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시중 은행들, 전세대출 한도 보증금 80%까지
주택담보대출에 우대금리 주는 등 문턱 낮춰
윤석열 주택대출규제 완화 공약도 영향 준 듯
전문가 "실수요 늘어날 듯, 금리인상 주의해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국내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조7500억원 가량 줄어드는 등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5조9373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7522억원 줄었다. 지난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3일 서울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3.0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시중은행들이 속속 대출 빗장을 풀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대출 한도가 확대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우대하는 등 은행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부동산 시장 실수요자들의 자금 확보 여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확대하고 신청 기간도 늘리기로 했다.

금리 인상기임에도 주택담보대출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늘린 곳도 있다. 은행들은 집값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가계 대출이 감소해 대출 총량에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한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별로 부과했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실수요자의 대출을 틀어막고 있던 규제들이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주택대출규제 완화를 공약한 점도 은행권의 전략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지역에 관계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완화하고,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게는 80%까지 높여준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또 LTV를 높이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많아지자 인수위에서 오는 7월 예정된 DSR 규제 3단계 시행을 미루고 완화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인수위 관계자는 "앞으로 대출 규제를 어떻게 완화할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DSR 완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2022.03.23. jhope@newsis.com


이처럼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동산 자금 확보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여전한데다,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섞여 나온다.

오는 8월 전셋집 계약이 만료되는 직장인 김모(29)씨는 "곧 다시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에서 대출 한도를 풀어준다 하니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또 다시 부동산 거품과 투기를 재촉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두 가지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한 쪽에서는 "이제야 대출이 정상화되고 있다. 임차인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며 "금리가 높아도 대출이 안 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반응이 나오는 한편, 한쪽에서는 "대출규제를 백날 풀어봐야 금리가 오르면 다 소용 없는 일"이라며 "전세자금대출은 서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제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주범"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대출이 완화되는 것이 실수요자들에게는 좋은 신호일 수 있다면서도 높아진 금리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6억~9억원대 중저가 주택의 경우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매물이 늘어나지 않는 한 수요가 증가하면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후 금리가 6%까지 올라갈 경우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은 투자의 관점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하고 집값이 계속 올라간다는 확신도 없는 상황이기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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