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 부동산 해법은 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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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현장.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거의 ‘끝물’에 가까운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민관 공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의 이윤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차라리 그동안의 실책을 인정하고 다음 정부에 맡겼더라면 더 좋았을 법한 불필요한 계획이다. ‘제2의 대장동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0일 도시개발법 시행령과 도시개발업무지침 개정안에 대해 입법·행정예고를 발표했다. 현 정권이 임기 말 도입하려는 새 규제를 부연설명하면 ‘민간이 부담하는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개발이익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대장동 비리가 민간 몫의 개발이익을 제한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인가.’ 정부·여당이 2020년 여름 부동산3법을 통과시킬 때와 마찬가지로 졸속 입법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규제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

필자가 이번 조치를 졸속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토교통부는 대장동 개발 비리의 처음과 끝을 호도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의 핵심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모지침서를 작성할 때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하고 상법이 규정한 우선주 발행요건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김민걸 회계사가 최근 법정에 출석해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익배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직원에게 ‘외부의 청탁을 받고 그런 것이냐’고 질책했다”고 말한 것이다. 성남시를 위해 일하고 월급을 받았던 피의자 유동규가 성남시에 초과이익이 더 많이 귀속되도록 공모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부하 직원을 꾸짖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중요한 사실은, 법정 증언에서 드러났듯이 민간이 천문학적 규모의 횡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공모지침을 만든 유동규와 그 일당의 농간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지 법령이 부재해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여당 정치인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까.

이 땅에서 공공·민간 합동 개발사업이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개발 완료된 사업이 전국적으로 수백 건이 넘는다. 만약 정부가 민간 기업의 이윤을 규제하지 않아서 대장동 비리가 발생했다면 진즉에 대장동과 같은 사건이 수도 없이 터졌을 것이다. 대장동 사업 이전에 시행된 수많은 공공·민간 합동 개발사업에서 대장동 사건과 같은 초대형 비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대장동 사건이 정부의 규제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할 일은 일탈과 방종을 일삼은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처벌하고 지자체 관리 감독에 소홀한 행정안전부를 문책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 다른 비효율을 자아낼 수 있는 법령 개정이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관리 태만을 자책하지는 않고 또 하나의 규제를 만들어내는 정부 관료와 여당정치인들의 ‘신공’이 놀랍다.

새 규제가 민간개발 걸림돌 될 수도

새로운 규제는 앞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해 대형 개발사업을 시행할 때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높다. 공유지를 소유한 모든 지자체는 재정 여력이 없어 자체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도시개발사업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장동 비리로 민심이 들끓자 규제안을 서둘러 도입한 것이다. 정부·여당의 최초 방침은 공공·민간 공동 도시개발사업에서 민간이 가져갈 수 있는 이윤의 상한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축소하는 것이었다. 공공과 민간이 절반씩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민간의 개발이익은 최대 5%가 되는 식이다. 국토부는 민간사업자의 이윤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축소하는 근거를 최근 5년 동안의 부동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평균 11%였다는 사실에서 찾았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여당은 민간 이윤을 총사업비의 10% 이내로 하는 규제를 도시개발법의 법령에 못 박으려 했다. 그러나 개발사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여론과 개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전략을 수정했다. 야당 반발이 분명해 보이는 법령 개정에서 국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시행령 개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일종의 눈속임이다. 그리고 민간의 이윤 상한선을 ‘총사업비의 10% 이내’에서 ‘민간이 투자한 사업비의 10% 이내’로 그 수위를 낮췄다. 이 정도의 규제라면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과연 그럴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은 일시적이고 상승률은 높아질 수 없다고 내다보았다.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향후의 산업구조 변화와 세계경제에서 소비비중이 큰 선진국의 고령화 추세, 그리고 이에 따른 소비감소가 이유라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2%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단기적으로는 2%를 넘어서더라도 소비 감소가 나타나면 연준이 곧바로 정책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2020년 중국에서 창궐한 코로나19 전염병은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켰다. 그 결과 지난 30년 동안 저물가 유지의 비결이었던 단일 경제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패권을 틀어쥐기 위해 각자 자국 중심의 2개 경제권을 구축하는 중이다. 제2의 냉전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터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1990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 나타난 국가 간 긴장완화라는 ‘데탕트(detente)’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데탕트 시대에는 긴장완화 상태가 장기간 지속했기에 군사비가 대폭 줄어 사회복지예산 등을 증액할 수 있었고, 공산주의 국가에 진출해 물건을 생산함으로써 저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30년 동안 유지된 공급망 붕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상당 기간 고물가가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전쟁이 조만간 종료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물가는 상승하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오르고 각종 원자재 가격이 다락처럼 상승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세계 정세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저물가, 저금리 시대의 평균 영업이익률 10% 수익 상한을 조건으로 내건다면 참여하는 민간기업이 과연 몇 개나 될 것인가. 화폐의 시간 가치를 말할 필요도 없이 지난 2년의 정책금리는 거의 제로금리 수준이었다. 그 직전 3년 동안에도 기준금리는 매우 낮았다. 이런 사실을 상기한다면 정부·여당이 제시한 명목수익률 10% 상한은 세상물정 모르는 또 하나의 ‘탁상 정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별 사업의 공모지침서를 작성할 때 민간 몫의 수익비율을 사업계획서의 평가 기준에 반영해 최소 수익을 약속하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면 될 일이다. 공공·민간 합동 개발사업이 지자체의 예산 부족과 미숙한 실력 때문에 자체 사업이 불가능해서 하는 것임을 비추어볼 때 이것이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photo 뉴시스


수십 년째 방치된 국공유지 활용해야

대신 국토교통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장기간 방치된 국공유지의 활용계획 수립을 제도화하는 것부터 실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급등에 골머리를 앓았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내놓은 대책이라고 해봤자 겨우 수요를 옥죄고 공급을 틀어막는 것이었고, 2020년 여름 통과시킨 부동산 3법(실제는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의 부동산 2법)은 시장을 붕괴시켰다. 당시에 김현미 장관이 전 국민이 반대하는 부동산 3법을 막무가내로 입법하는 대신 서울과 수도권에 산재한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펼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일 그랬더라면 집값은 지금보다 상당히 낮아졌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장기간 활용하지 않고 방치된 국공유지가 상당히 많다. 서울과 강남생활권인 분당의 대표적 유휴 부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서울 강북에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용산 정비창 부지(철도청 및 KORAIL 소유)를 비롯해 창동 차량 기지(19만7400㎡·서울교통공사 소유), 도봉운전면허시험장(6만7420㎡·경찰청 및 서울시 소유) 등이 있다. 강남에는 잠실운동장,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이 포함된 약 199만㎡ 규모의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잠실 MICE 단지)’의 국공유지가 있다. 또한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서울무역전시장(9000㎡) 부지도 있다. 창동 차량 기지에는 서울대병원 및 바이오 기업이 들어서고 창동역 인근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부지에는 서울 최초의 콘서트 전문 공연장 ‘서울아레나’가 2025년 말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서울 아레나 개발은 국내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하나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동의 서울의료원과 옛 한국감정원 부지는 업무, 전시컨벤션, 숙박 시설로 변모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서울의 국공유지는 토지의 ‘최유효 이용’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고 있는데 분당은 상황이 다르다. 분당 오리역에 내리면 바로 코앞에 3만2061㎡의 유휴부지(분당시 구미동 190번지)가 있다. 분당이 신도시로 조성된 뒤 지금까지 30년 이상 방치된 대규모 금싸라기 땅이다. 이 땅의 소유자를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해 보니 대법원과 법무부로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소유자는 국가이고 대법원과 법무부는 관리청인 셈이다. 이 땅은 현재 구 성남시가지에 있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의 이전 예정부지로 계획되었다. 그러나 성남 구시가지 주민들이 지역 상권의 공동화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자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2010년경에 이전 계획을 무산시켜서 장기간 방치되었다. 분당은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을 타면 분당의 중심지인 정자역, 미금역에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어 사실상 강남 생활권이다. 이 지역에는 당장이라도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국공유 나대지가 이렇게 널려 있는데 무슨 이유로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도시의 값비싼 땅을 정부와 성남시는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인근에 있는 23년째 방치된 하수종말처리장(2만9041㎡)은 1997년 용인 수지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158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도시계획시설이다. 이 하수처리장은 영문도 모르고 분당신도시에 첫 입주한 분당 구미동 입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시험 가동을 하다가 문을 닫아야 했다. 이 시설은 그 후 10년간 방치되었고 2007년 성남시가 소유권을 가져온 뒤 고등학교와 공원으로 재활용하려 했으나 경기도 교육청이 반대하면서 또 수포로 돌아갔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 은수미 현 성남시장은 시장 선거 공약으로 2021년까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사업계획은 훨씬 지연되어 2021년이 되어서야 사업 타당성 조사를 끝냈다.

영·미보다 스위스를 봐라

하수종말처리장 건설에 158억원이라는 세금이 투입되었으나 ‘분당의 흉물’이 되어버린 이 시설의 관리비는 매년 수억원이나 된다. 유지비로 연간 1억~2억원이 지출되고 공사 당시 44억원을 지출해 설치한 하수처리장의 기계와 설비는 1억3000만원짜리 고철로 매각되었다고 한다. 사업자가 민간이었다면 과연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은 분당에서 발생하는 하수가 아니어서 지역 주민들이 동의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사업을 밀어붙인 구 한국토지공사의 짧은 식견에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정부, 지자체가 국공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 내 유휴부지는 개별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관리주체는 재산의 소유주체, 시설유형 등에 따라 서로 다르다. 국유지의 소유자는 기획재정부, 공유지의 소유자는 지자체인 반면 철도부지는 코레일과 철도시설관리공단에 속하고, 폐교된 학교부지는 교육청 재산이다. 소유 주체가 다르므로 유휴부지를 활용하려고 해도 절차가 복잡하고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대지가 행정재산일 경우 소유주체가 관리청에 따라 다양해 관련 법규상 다른 용도로 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재부 소유의 국유재산은 국유재산법의 통제를 받지만, 지자체 소유의 공유재산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의 규정을 지켜야 한다. 유휴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질적인 법률의 정리 통합이 필요한 이유다.

국토연구원 이승욱 박사는 2019년 ‘도시 내 유휴부지의 혁신적 활용을 위한 제도기반 구축방안’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권한을 가진 가칭 ‘유휴부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유휴부지의 기본방침 수립, 활용계획과 구역 지정 승인, 소유주체 간의 갈등 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자고 제안했다. 때마침 새 정권이 출범하는 시점이므로 신임 정부는 이 박사의 제안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님비현상이 심해 주택 개발이 어려운 영국, 미국과는 달리 유연한 세제를 도입해 님비현상을 탈피한 스위스의 세제 도입을 고민해 보기를 제안한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부동산 개발과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해당 지자체가 징수하고 모두 쓸 수 있는 세제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세금을 지자체가 사용할 수 있으니 지자체는 개발에 적극적이다. 서울과 성남시가 스위스 지방정부처럼 세제 자율권을 포함한 진정한 지방분권을 행사했더라면 요지의 토지를 오랫동안 방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공급을 했더라면 집값 상승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얻지 않았을 것이다.

나대지의 통합관리 및 이용이 필요하다

시장의 힘만이 경제를 움직인다. 자발성을 억제하는 정부의 규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시장 개입은 언제나 또 다른 불편과 문제를 가져온다. 부동산 3법이 빚어낸 폐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부동산 3법을 편가르기의 도구로 활용했다고 비판받는 이유도 쓸데없는 규제를 만들어 정부의 권위를 과시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제2의 대장동 폭리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입법 예고한 민간 이윤 10% 이내 제한은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국토교통부는 시대착오적 규제를 남발해 시장을 교란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기존의 쓸데없는 규제는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대신 수도권 등 대도시와 그 주변에 산재해 있는 장기간 방치된 국공유지의 실태를 파악해 토지의 최유효 이용방안을 수립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당선자가 이끄는 새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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