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대출규제…차기 정부 최고의 난제 '부동산',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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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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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손봐야" 부동산 전문가 한 목소리
보유세 등 세금 정상화 요구도 많아
용적률 500% 상향 찬반 갈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차기 정부의 행보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당장 부동산 문제만 놓고 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현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을 필두로 총 29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안정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임대차 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 대통령 임기 내내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이 최근 안정세로 전환됐지만, 다시 불안해질 시장 요소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 소멸로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이 올라가면 최악의 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 손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2020년 7월 말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은 오히려 전셋값 폭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주택자의 주택 안정을 위해 도입했다지만, 갱신청구권 사용 이후에는 사실상 집을 비우든, 전셋값을 올려주든 양 갈래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월세 시장이 급격히 월세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월세 가격이 오르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 서민 피해로 이어진다. 왜곡된 임대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임대차 3법을 폐지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에서 이뤄지는 전월세 거래는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길게 보면 임대차 3법을 없애는 게 맞지만,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초기에는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싸게 공급하는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가격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행 2년이 채 안 된 임대차 3법을 폐기하거나 손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선기능도 있어서다. 다만, 존치 보다는 3기 신도시 입주로 수도권 주택시장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을 때까지 4~5년 동안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유예할 것으로 제언하고 있다.

이들은 근본적인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개선해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제안한다. 현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투기 수단으로 규정하고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민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와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순기능은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에서도 부채비율이 높아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는 다가구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를 구제하고 안정적인 저가의 민간 임대물건 공급을 위해 소형 아파트에 대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보유세·거래세 개편 통한 거래시장 안정화 유도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외벽에 종합부동산세 상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과 함께 보유세 개편,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완화 등 부동산 세금 정상화 방안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및 공시가격 상향 정책으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보유세 부담이 대폭 커졌다. 이는 임대료 인상 등 세입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계획이 세입자의 주거안정 불안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최고 75%에 달하는 양도세 부담으로 집을 팔고 싶어도 버티기에 들어갔다. 특히 임대 수입으로 노후를 보내는 은퇴자들의 세 부담이 버거운 상태다.

시장에서는 투기 목적이 아닌 생계형 임대사업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는 동시에 다주택자에게도 집을 팔 수 있도록 양도세를 완화해주는 등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세제 정상화를 통해 매도, 매수자들이 원활히 사고 팔 수 있는 거래 정상화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등의 조치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경우 특히 최근 1∼2년 사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패닉바잉(공포매수)'에 나섰던 20~30대의 피해가 우려되다.

세입자의 피해도 예상되는데 수도권 빌라나 지방의 저가 아파트 단지의 매맷값이 전셋값 밑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차기 정부가 유동성 장세 이후 시장 충격을 줄여줄 방안을 찾는 것도 시급해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고점 인식과 금리 인상,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로 과거 몇 년과 같은 집값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면서도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출 부담이 큰 20~30대 차주의 차입 상환을 돕는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 꾸준한 주택 공급도 요구된다. 앞서 현 정부는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을 통해 2025년까지 84만6000가구 공급을 골자로 한 '2·4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수도권 외곽 중심이어서 서울 도심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누르면서 신규 공급이 줄며 집값이 상승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한다. 다만, 과도한 규제 완화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수도권 1기 신도시와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용적률 500% 상향 공약에 대해서는 도시 주거환경 측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용적률 상향보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와 함께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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