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동산 세금폭탄 밀어부치더니…대선 앞두고 주춤

입력
수정2021.12.12. 오후 8:43
기사원문
문재용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文과 차별화 속도 내는 '이재명의 민주당'

들끓는 부동산 민심 달래려
공시가 인상 1년이상 유보에
다주택자 세부담 완화 추진
당내 강경파 반발, 진통 예고

일각선 "文정부와 선긋기용
선거 위한 메시지일 가능성"


◆ 文정부 세금 뒤엎는 이재명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감면하려는 것은 부동산 가격 변동과 이에 따른 세금 폭탄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와 여권은 지지층 입장을 반영해 부동산세 압박 일변도 정책을 고집해왔으나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이 과도한 세 부담에 있었다고 판단하고 최근 들어 부동산 관련 세금 완화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폭을 크게 높이고, 이를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조치도 지난 5월에 종료되면서 시장의 매물 잠김 폐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에 발맞춰 양도세 부담을 완화하면 시장 안정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각종 보유세 완화 정책이 더해진 것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 부동산 세제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서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모습이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아파트 공시가격은 내년 3월에야 나오지만, 이달 하순에 단독주택 표준지 등의 아파트 공시가격 추정치에 대한 전망이 나올 것"이라면서 "대선을 앞두고 재차 세금 폭탄론 공격이 나오고 부동산 이슈가 부각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전략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지가 현실화 절차를 보류해도 이로 인해 줄어드는 종합부동산세·재산세 액수는 극히 미미할 것"이라며 "정책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보다 부동산정책을 바꾼다는 메시지가 우선시된 정무적 접근법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최근 부동산 외에도 에너지, 방역 등 국정 운영 전반에서 현 정부와 차별화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 10일 탈원전정책의 최대 쟁점이었던 신한울 3·4호기를 놓고 "한번 정했다고 상황이 변하고 국민들의, 이 나라 주권자들의 의사가 변했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것은 벽창호라고 할 수 있다"며 건설 재개를 암시했다. 청소년 백신패스 논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나 사회적 논의 없이 곧바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날 이 후보와 민주당이 내놓은 세 부담 완화 방안들은 여권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자인하며 내놓은 보완책 중에서도 가장 수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친문(친문재인) 지지층과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보완책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겨냥해 실수요자 보호와 공급 물량 확대 등의 명분으로 당내 반발을 달래는 전략을 취한 공통점이 있었다.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여권에서 당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완화가 진행됐지만 1주택자에게 국한됐다. 그마저도 일부 강경파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 정책을 추가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까지 진행한 후에야 채택될 수 있었다.

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와 공시지가 현실화 유보는 다주택자에게도 세금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다주택자를 불법 투기 세력으로 간주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연구팀장은 "공시지가를 조정하면 1주택자에게만 따로 혜택을 적용할 수 없어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완화되고, 단기적으로 공급 물량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간의 부동산정책 운용 방식을 감안하면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가장 꺼내 들기 어려웠을 보완책"이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또다시 감면해주는 것 역시 그간 정부 정책에 반발해 다주택자 신분을 유지하던 사람들의 차익 실현을 도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민주당 의원들도 "추가적인 부동산 세 부담 완화는 청와대·정부와 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