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 폭락할까요?…부동산전문가 6인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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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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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보이는 창]주택시장 전망편
내년 수도권 집값 6~10% 상승 전망
서울 강남·분당·인천국제도시 등 유망
세금여력 있으면 아파트, 아니면 상가 투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직장인 정 모(37)씨는 올해 초부터 내 집 마련을 하려고 나섰다가 지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 있다. 매수세가 꺾이면서 정 씨가 봐 둔 지역에서도 하락거래가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조바심에 집을 샀다가 ‘상투’ 우려에 빠진 지인들이 많다”며 “내년에 집값이 더 떨어지면 매수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던 김 모(41)씨는 대출규제 여파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꺾이자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비주택 투자를 노리고 있다. 김 씨는 그러나 눈독 들인 비규제지역의 부동산 투자처가 있지만 내년 집값 전망이 불확실해 선뜻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정책 변화를 일단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최근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매매거래는 뚝 끊기고 급급매(급매물보다 더 싼 매물)가 아니면 매수세도 안 붙는다. 올해 상반기까지 불장이던 시장이 하반기 들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 집값도 주춤한 가운데 대구시와 세종시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더해지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 수급지수는 98.2로 지난주(99.3)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매매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아파트를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지표가 일제히 거꾸러지자 무주택자 정 씨나 부동산 투자자 김 씨처럼 추격 매수보다는 향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집값을 어떻게 전망할까.

내년 수도권 10% 오를 것…서울이 시세 리드

이데일리는 부동산시장 전문가 6명(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에게 내년 주택시장 전망과 투자 유망지역 및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집값 전망과 관련해 이들 모두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인 지역별 상승률을 보면 전국적으로는 3.5~8%,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6~10%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다만 상승폭은 올해보다 크게 둔화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지역별 누적 상승률(~11월)은 전국적으로 12.12% 올랐고 수도권은 14.75%, 서울 6.13%, 경기도 18.52%, 인천 19.89% 상승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박원갑 전문위원은 “내년에도 상승세는 유지하겠지만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 증가에 대출규제, 금리상승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상승폭은 크게 축소할 전망”이라며 “다만 주택공급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고 전세난에 따른 매수수요가 생길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김규정 소장도 “대선 이후 정책변화에 따른 변수를 제외하고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조정없이 보합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전세불안에 따른 실거주 수요가 매수로 전환하면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세가 강한 곳으로는 서울과 경기, 인천 순으로 꼽혔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 경기도에서는 성남시 분당구와 평택시, 고양시 덕양구, 인천은 청라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이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학렬 소장은 “내년 서울의 아파트 공급물량은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층이 갈 수 있는 입지와 교통 호재, 새 아파트가 집단적으로 들어오는 곳은 상승폭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송승현 대표는 “서울은 강남권과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국지적인 상승을 예상하고 경기도는 서울의 높은 집값이 전세가 상승을 동반하면서 탈서울 수요가 증가하면서 GTX 교통 호재나 접근성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오를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이어 “인천은 정비사업이 활발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이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제경 소장은 “서울 용산은 핵심 입지와 함께 각종 개발 호재가 있고 성남은 경기 남부 중 입지 대비 저평가됐으며 구시가지 재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관심있게 볼 필요가 있다”며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이 상승세를 이끌 것으로 보지만 송도와 비교하면 저렴하고 개발 호재가 많은 청라가 좀 더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내년 서울의 아파트 공급물량은 적정수요(4만7604가구)에 못 미치는 1만8250가구로 올해(3만900가구) 보다도 약 40.9% 감소한다.

주택보다는 상가 투자…부채관리 시작해야

주택 유형별로는 내년에도 아파트가 오피스텔이나 빌라보다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신축은 가격상승 반영이 쉽고 실거주 측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인기를 끌 것”이라며 “정비사업지 내 구축은 가격은 오르더라도 입주까지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신축보다는 상승폭이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승현 대표는 “타 상품대비 진화한 커뮤니티와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신규 아파트 수요가 여전히 높아 내년에도 유망할 것”이라며 “다만 서울은 재건축과 재개발 지역이, 수도권은 신축이 강세를 보이는 등 지역별로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등 포지션별 주택 마련 전략은 전문가마다 크게 엇갈린다. 먼저 올해 전망에서는 무주택자는 언제든지 내 집 마련을 하라는 조언이 정설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기다려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박원갑 전문위원은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청약시장에 우선적으로 도전하고 여의치 않으면 급매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송승현 대표는 “현재 집값이 주춤한 상황에서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대선 이후 주택정책 방향을 살펴본 후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투자 의견으로는 주택보다는 ‘상가’가 유망하지만 세(稅) 부담 등으로 수익률이 기대치보다 떨어질 수 있으니 절세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김학렬 대표는 “다주택자는 주택보다는 상가가 수익을 얻기에 유리하고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단기적으로 매매가가 빠지는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제경 소장은 “다주택자는 똘똘한 한 채로 가야 할 때이지만 세금 면에서 여력이 있다면 추가 매입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어설픈 2~3채보다는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현금흐름이 더 필요하다면 상업용 부동산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주택보다는 환금성이 주택보다는 떨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소수의견으로는 지금 더 투자하기보다는 ‘부채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규정 소장은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지금도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4~5% 수준으로 많이 오른 상황”이라며 “지금은 투자보다는 부채관리를 시작하고 내년 대선 이후 정책변화를 본 이후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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