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열쇠이자 위기의 자물쇠’…스타트업의 특허
스타트업의 생존 무기, 특허의 모든 것
‘기회의 열쇠이자 위기의 자물쇠’…스타트업의 특허
2021.06.15 01:08 by 최태욱

“창업 이후 가장 뜻 깊은 순간이 아니었나싶어요. ‘인정받았다’는 기쁨에 자신감마저 샘솟더라고요.”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회상하는 ‘그 때’는 바로 자사의 특허가 등록된 순간이었다. 무려 4년 여간 씨름하고, 수 십 번을 수정하며 이뤄낸 특허다. 한 대표는 “사회문제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결하겠노라 고안한 기술이 정식으로 인정받는 순간, 우린 사업의 당위성을 확보했고 시장 내 포지션을 공고히 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리버스랩은 ‘옐로우버스’라는 일종의 ‘합석 버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6년 텅텅 빈 학원 차량과 비전문적인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했다. 학원 밀집 지역에서 학생들의 이동 효율성을 높이고, 승하차 알림·실시간 위치 확인·학부모 응대 등 다양한 부대 서비스까지 지원한다. 학생 및 학부모, 그리고 학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부터는 서비스 범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누적 투자액이 30억원에 이를 만큼 향후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케케묵은 학원 통학 서비스로 선전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특허’였던 것이다. 

 

리버스랩에서 서비스하는 ‘옐로우버스’ 이동 모습(사진: 리버스랩)
리버스랩에서 서비스하는 ‘옐로우버스’ 이동 모습(사진: 리버스랩)

| 스타트업에게 특허는…미래로 향하는 관문의 열쇠입니다
실제로 리버스랩의 옐로우버스 서비스는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근접무선통신(Near Field Communication) 등 다양한 IT 기술과 맞닿아 있다. 학원 차량의 빈 좌석을 데이터화하여 주변 학원들과의 공유를 유도하는 공유경제 기반의 기술이 활용됐고, 바로 이 기술로 특허를 득했다. 한효승 대표는 “기술적 우위를 선점한다는 차원도 중요하지만 (특허 등록을 통해) 우리 비즈니스가 향하는 방향성이 정립됐다는 측면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주지하다시피 특허는 새로운 기술·아이디어 등에 국가가 독점·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인정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경쟁사의 침해나 모방·도용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을 포함하는 지식재산권이 점점 중요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가장 핵심적인 지재권인 특허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혁신’을 기치로 기존에 없던 것을 선뵈는 스타트업에게는 더더욱 중요해지는 장치다. 실제로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의 성장가능성은 미 보유 기업에 비해 35배 높다’는 조사(MIT, 2016)나 ‘최초 출원한 특허가 등록된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고용 4.1배, 매출 2.9배가 증가했다’는 조사(전미경제연구소, 2017) 등 수많은 연구 결과가 특허의 유무가 사업에 차지하는 비중을 잘 보여준다. 시장 침해를 노리는 대기업의 물량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측면에서도, 투자든 정책자금이든 외부에서 자본을 끌어들일 ‘한 방’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특허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무기가 된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관계자는 “론칭 초반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인지도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여러 홍보·마케팅 방식을 활용하는데, 특허등록 소식은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특허는 새로운 기술·아이디어 등에 국가가 독점·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인정하는 제도다.
특허는 새로운 기술·아이디어 등에 국가가 독점·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인정하는 제도다.

지난 3월, 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셀리코’ 역시 올해 초에 등록을 마친 특허가 투자유치에 큰 힘이 되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의 미션은 시각장애인의 시야를 밝힘으로써 그들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를 위해 소위 ‘전자 눈’으로 불리는 인공망막장치의 개발 및 상용화가 목표다. 

“우리 눈의 원리는 빛이 들어와 망막에 상이 맺히고, 이 빛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변환돼 뇌로 전달해주는 거예요. 후천적 시각 장애 대부분이 이 망막의 문제로 생기죠. 우린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 칩 원리를 활용, 망막에 이미지 센서를 넣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나가려고 합니다.”(김정석 셀리코 대표)

가천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이 기술을 연구해 온 김정석 대표는 지난 2019년 아예 스타트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상용화 행보에 나섰다.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줄 수 있는 이미지 센서 칩에 관한 두 건의 특허는 셀리코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다.

 

셀리코에서 개발 중인 전자 눈 장치 이미지(사진: 셀리코 홈페이지)
셀리코에서 개발 중인 전자 눈 장치 이미지(사진: 셀리코 홈페이지)

 

| ‘끝이 아닌 시작’… 특허는 큰 성공을 위한 작은 성취다
셀리코가 특허의 선행조사, 출원, 심사, 등록까지 거치는 데 소요한 시간은 총 3년. 수반된 비용 역시 무시 못 할 수준이다. 하지만 김정석 대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실제로 제품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선 시제품을 만들고,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등의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려면 다시 지난한 수순이 추가된다.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겐 이러한 물적‧시간적 소모는 가혹한 것일 수도 있다. 간혹 특허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특허가 곧장 사업을 성공시켜 줄 것”이란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김동환 변호사는 “근본기술이 될 만한 핵심 특허라면 정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기본적으로는 실제 사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 지재권 보호의 수단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스타트업의 경우 특허에 대한 전략적인 자세도 중요한데, 이를테면 투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이나 스케일업 과정에서의 활용성 등을 집중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및 경쟁사에 대한 연구도 특허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특히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를 통해 여러 국가에 동시에 효력을 발휘하는 ‘국제특허출원(PCT)’을 고려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고민이 더해져야 한다. 특허법인 BLT의 정태균 변리사는 “각 스타트업이 노리는 시장 내 경쟁사가 가지고 있는 특허가 무엇이며, 이로 인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지도 반드시 사전에 진단해야 한다”면서 “스타트업이 보유한 특허는 경쟁사의 특허 공격을 막는 방패 역할이라기보다는, 경쟁사가 자사 기술을 사용할 때 응전할 수 있는 공격무기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직률이 높은 스타트업의 특성 상, 특허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발명자에게 귀속된다는 내용도 파악해 두어야 한다. 김동환 변호사는 “대표자가 아닌 직원이 발명자이거나 공동발명자인 경우 해당 직원의 퇴사 후 법적 분쟁으로 번질 여지가 있다”면서 “특허로 인해 회사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특허권에 대한 내부 협의와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허는 원칙적으로 발명자에게 귀속되며, 회사는 승계하는 형태로 보유한다.
특허는 원칙적으로 발명자에게 귀속되며, 회사는 승계하는 형태로 보유한다.

특허는 기업이 기술을 보유하고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관할하는 영업비밀 등의 제도가 있긴 하지만 특허만큼 단단하진 않다. 창업자는 특허라는 무기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버무려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시장을 선점해 고객을 유치할 수도 있고, 투자자를 설득해 자원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특허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지만, 그 자체로 성취임은 분명하다. 기업은 그러한 성취들을 기반으로 성공을 향해 내달린다. 

 

| 시간‧비용 부족한 스타트업 위한 정부지원사업 알아보기 
앞서 언급해듯, 개별 스타트업에게 특허의 출원부터 등록까지의 과정은 꽤나 험난한 여정이 된다. 준비 과정이나 진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돌발 변수가 발생하며, 이를 위한 비용도 만만찮다.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는 “사실 특허를 출원할 당시엔 프로세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특허법인의 도움을 받아 진행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럴 때 활용 가능한 것이 특허와 관련된 정부의 지원사업들이다. 

 

스타트업의 IP 투자연계를 지원하기 위한 특허청의 ‘IP 스타트업 로드데이’ 현장(사진: 특허청)
스타트업의 IP 투자연계를 지원하기 위한 특허청의 ‘IP 스타트업 로드데이’ 현장(사진: 특허청)

가장 대표적인 것은 특허청과 발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지역지식재산센터의 ‘발명가(개인)와 예비창업자를 위한 IP디딤돌 사업’이다. 연중 상시 지원하며 아이디어 기초상담부터 특허출원, 창업연계 컨설팅까지 단계별 지원이 가능하다. 최대 160만원에 이르는 지원금도 책정되어 있다. 창업 후 7년 이내의 스타트업이라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IP나래 프로그램’도 눈여겨 볼만하다. 유망기술 도출, IP분쟁예방 전략, 강한 특허권 확보 등의 맞춤형 컨설팅이 이뤄지며, 1750만원 한도 내의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에겐 ‘중소기업과 수출기업을 위한 지식재산지원’이 적격이다. 세부 프로그램인 ‘중소기업IP바로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다양한 지원이 최대 2000만원 한도 내에서 이뤄지며, ‘글로벌IP 스타기업 육성’을 활용하면 3년 간 수출 기업의 지식재산권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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