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투자가가 '연매출 0원' 여행 스타트업에 투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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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4.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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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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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매출 0원,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알 수 없는 여행관련 신생기업(스타트업).

투자자 입장에서 모든 조건이 최악이다. 그런데 최근 유명 투자자가 이런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처남이자 투자자로 유명한 형인우(49) 스마트앤그로스 대표, 화제의 스타트업은 방탄소년단(BTS) 때문에 널리 알려진 굿럭컴퍼니다.

형 대표는 삼성SDS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네이버 개발팀장,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이사, 김 의장의 개인 투자회사 케이큐브홀딩스 대표를 거쳐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스마트앤그로스 대표를 맡고 있다. 한때 그는 개인 주주 가운데 김 의장 다음으로 많은 카카오 주식 141만주를 보유해 자산가치가 4,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 받았다. 지금은 카카오가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된 형 대표의 주식 변동을 공시하지 않아 보유 자산 가치를 알 수 없다. 요즘 그는 스마트앤그로스를 운영하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윤소희 굿럭 대표는 최근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에게 투자를 받고 골프백 배송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형 대표가 최근 투자를 결정한 굿럭은 윤소희 대표가 2018년 창업한 짐 보관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해외 여행시 앱으로 짐을 맡기면 공항에서 특정 보관 장소나 숙소로 옮겨주고 반대의 경우 공항까지 짐을 전달해 홀가분하게 여행 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했다.

유럽, 일본 등에서 짐 보관 서비스를 하던 굿럭은 2019년 6월 BTS의 영국 런던 공연때 유명해졌다. 당시 BTS 공연을 보려고 런던을 찾은 팬들은 테러 위험 때문에 공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 A4 용지 크기 이상의 짐을 갖고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공항에서 공연장까지 직행한 팬들은 짐 때문에 입장을 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굿럭 직원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고 스타디움 주변의 굿럭 짐 보관소로 몰려가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BTS 팬들이 인터넷에 이를 전하며 굿럭은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굿럭에게 재앙이었다. 사업에 탄력을 받아 미국 및 동남아로 확장을 준비하던 굿럭은 모든 사업이 멈추며 ‘매출 0원’이 됐다. 벌어놓은 돈과 개인 돈을 들여 1년을 버틴 윤 대표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여러 투자사들을 찾았지만 여행 스타트업에 신규 투자를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찾아간 형 대표는 달랐다. 그는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굿럭이 매출이 없어도 2년을 버틸 수 있도록 투자했다. 여기에는 스마트앤그로스와 형 대표, 그의 부인 염혜윤 이사가 각각 참여했다.

형 대표는 무엇을 보고 굿럭에 투자했을까. 그는 굿럭의 해외 사업 경험과 새로운 도전을 높이 샀다. 그는 “전세계 주요 짐 보관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사업을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인데 굿럭은 이를 해냈다”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곳이어서 해외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 가장 주목 받을 것”이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특히 그는 짐 고민 없는 새로운 여행법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잘 버텨서 어려움을 이겨내면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후속 투자 가능성도 내비쳤다.

형 대표의 투자는 굿럭에 투자 마중물이 됐다. 그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다른 투자자들까지 관심을 보였다. 윤 대표는 “형 대표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 여럿이 후속 투자를 타진했다”고 말했다.

형 대표의 투자에 고무된 윤 대표는 국내외에서 골프백 배송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제주, 부산 등으로 골프 여행시 앱으로 예약하면 하루 전에 골프백을 집에서 골프장까지 전달하는 서비스다. 그는 “여성들과 젊은층들 사이에 반응이 좋다”며 “앞으로 집에서 여행지 호텔까지 짐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유럽 및 미국 90개 도시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공항에서 호텔까지 짐을 전달하는 배송 서비스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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