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의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대학가에 위치한 한 카페. 노트북과 전공 책을 한 아름 들고 카페를 찾은 2명의 대학생이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쳐놓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귀가시간을 확인하는 이들은 이른바 ‘카공족(族)’.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대학 중간고사 기간에 접어들면서 카공족이 다시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무색할 정도다. 이들은 4인용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지 않게 앉아 거리두기를 준수했지만, 커피 한 잔 값 4000원가량을 내고 서너 시간을 카페에 머무르며 공부에 몰두했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한 층에 약 25명가량이 모여 거리두기 좌석이 만석이었다. 여럿이 온 경우엔 일행이 아닌 것처럼 각자 자리를 잡아 테이블을 차지하는가 하면 한 테이블에 서로 띄어 앉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대학가의 새로운 중간고사 풍경이다.
정부가 26일부터 특별방역관리 주간으로 지정해 방역 점검을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카공족에겐 코로나보다는 중간고사 걱정이 먼저인 듯했다. 이들은 오히려 카페가 ‘안전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했다.
정부는 카페에서 2인 이상이 커피·음료류·디저트류만을 주문했을 경우 매장 내 머무르는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카페는 음식점과 동일하게 오후 10시까지로 운영을 제한하고 한 칸씩 띄워 매장 좌석을 활용해야 한다. 1m 거리두기가 힘들 경우, 테이블 간 칸막이나 가림막을 설치해야 한다. 다른 방역 수칙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지만, 1시간 제한 권고는 카공족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2~3층 규모의 건물이기 때문에 방문자 관리가 더욱 쉽지 않다. 1시간 마다 직원이 영수증을 확인하며 입장시간을 확인해야 하는데, 주문받기와 방문자 관리를 동시에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대학생 최모(24)씨는 “2인 이상일 경우 한 시간 사용이 권고사항이라는 걸 알지만, 공부하러 오는 커피 값을 생각하면 한 시간만 하고 가기엔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에서도 나가달라는 얘기를 직접 하진 않고 있어서 계속 공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카공족들이 식사를 카페에서 해결하느라 ‘턱스크’를 하게 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카공족이 주 고객인 대학 인근 카페에서는 디저트 외에도 샌드위치 등 식사류도 함께 판매한다. 공부하면서 식사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식사 뒤 곧장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턱스크를 한 채 공부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음식점ㆍ카페ㆍ노래연습장ㆍ실내체육시설ㆍ목욕탕ㆍ파티룸 등은 코로나19 감염 취약 시설이라는 점에서도 카공족의 코로나 안전은 염려스러운 상황이다. 이들 시설이 전체 집단감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월(1월 4∼17일) 13.6%에서 3월 말(3월 29일∼4월 11일) 67.1%로 높아졌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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