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키우는 ‘작은 거인’…투자금 쓸어담는 반도체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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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06. 오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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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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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메타엑스. /메타엑스

중국 상하이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스타트업 메타엑스(MetaX)가 5일 10억 위안(약 1900억 원)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고 밝혔다. 2020년 9월 회사 설립 후 벌써 5번째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도 10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자는 대부분 중국 국유 펀드다. 이번 라운드(시리즈 프리 B) 투자를 주도한 곳은 중국 국영 미디어 그룹 중국국제텔레비전총공사(CITVC) 등이 지난해 100억 위안(약 2조 원) 규모로 만든 CCTV금융미디어산업투자기금이다. 상하이 국유 투자사 궈성그룹, 사모투자사 상하이혼돈투자도 투자에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 중엔 중국인터넷투자기금과 매트릭스파트너스차이나가 또 투자했다. 이 중 중국인터넷투자기금은 중국 재정부와 중앙사이버안전신식화위원회가 만든 펀드로, 지난해 8월 중국국유기업구조조정기금과 함께 메타엑스 투자를 주도한 바 있다.

메타엑스는 게임, 데이터센터, 메타버스 등 분야에 필요한 고성능 GPU 프로세서를 개발한다. 지난해 8월 기준 직원 수는 약 300명인데, 미국 반도체 기업 AMD 출신을 비롯해 직원 80%가 연구개발직이다. 메타엑스는 투자금을 고성능 GPU 대량생산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 생산 일정도 제시하지 못한 초기 단계의 회사다.

그런데도 정부 자금으로 만든 기관들이 이 회사를 전폭 지원하는 것은 반도체 분야 ‘작은 거인(小巨人)’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관련이 깊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한 기술 자립을 위해 2025년까지 100억 위안을 투자해 작은 거인 1만 개를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중국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작은 거인 육성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양자 컴퓨팅, 바이오 등 중국 정부가 선정한 미래 핵심 산업에서 유망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2019년 248개, 2020년 1744개, 2021년 2930개를 지정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는 미국의 집중 견제로 첨단 기술이나 장비 수입이 막혀 자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 제조 2025′ 계획 아래 중국의 반도체 국내 생산 비율을 당시 10% 미만에서 2025년 7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더구나 중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대만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외국 기업 생산량을 빼면 이 비율은 6%로 더 낮아진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업고 지난해 중국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을 쓸어담았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스타트업은 194억 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그중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108억 달러 투자금을 끌어모았는데, 대부분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이다. 2017년 설립된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GTA세미컨덕터가 지난해 12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 다수는 중국 정부 기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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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김남희 기자입니다. 알면 좋을 중국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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