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이 임원 법카 들여다본다…청년 스타트업 그들이 일하는 법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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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06.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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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법 11가지’(송파11조)로 유명하다. 자율을 추구하되 규율을 잘 지키는 게 ‘배민다움’이란 기업문화를 문장 11개로 요약한 것. 넷플릭스식 ‘자율과 책임’ 문화가 실리콘밸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모바일 1세대 기업이 보여줬다.

이들을 보며 자란 90년대생 창업자는 창업 초부터 ‘OO다움’을 추구한다. 회사의 핵심 가치와 행동 규범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성장 전략으로 삼는다. 특히 이들이 강조하는 건 자율성과 수평적인 소통이다.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
초신선식품 커머스 정육각의 팀원들이 사내에서 회의하는 모습. 정육각은 회사가 직접 개인의 성장을 인사 제도에 포함시켜 직원들의 성장을 도모한다. [사진 정육각]
간편투자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는 근태나 휴가 관리를 하지 않는다. 주 단위로 재택근무나 출근일을 미리 정해서 팀에 공유하면 끝이다. 출근시간은 자율. 회의가 집중된 시간대(오후 1~4시)에만 출근해 있으면 된다. 휴게 공간에서 언제든 낮잠을 잘 수도 있다.

기업용 채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두들린도 출퇴근 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연차나 반차 일수도 제한이 없다. 이태규(27) 대표는 “처음부터 직원의 일하는 시간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하는 걸 돕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며 “한 달 내내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대표이사(CEO) 외에 ‘미니 CEO’로 불리는 PO(Project Owner·프로젝트 총괄책임)를 통해 가볍고 빠르게 성장할 길을 계속 열어둔다. PO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최대한의 자율권을 갖고 오너처럼 주도적으로 일하는 리더다. 물론 권한에 따른 책임도 크다. PO 제도를 운영하는 어니스트펀드 서상훈(32) 대표는 “PO 제도는 속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스타트업 특유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화는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으로 큰 토스의 영향도 있다. 토스는 50여 명의 PO가 서비스와 제품의 성장을 책임지는 모델로 급성장해 PO계의 ‘성공 바이블’로 불린다.

물류창고용 로봇 개발사 플로틱의 팀원들이 창고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 플로틱]
90년대생 창업자는 대표부터 신입까지 수평적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박찬후(26) 긱블 대표는 “팀원끼리 굉장히 친한데도 서로 나이나 학교를 모른다”며 “일할 때 중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공유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60년대~70년대생 임원과 함께 일하는 ‘막내 대표’ 이장원(29) 비욘드뮤직 대표도 “좋은 팀이란 비전은 같지만 역량은 다른 사람의 조합”이라며 “완전히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온 사람과 신뢰하고 신뢰받는 사이를 구축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질서 없는 수평’은 지양한다. 일례로 부동산 조각투자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엔 ‘인간관계는 수평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하나의 목소리로’란 행동강령이 있다. 온라인 자기계발 플랫폼 클래스101은 직급 체계는 완전히 없앴지만, 조직별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책임지는 ‘리드’만은 남겨 두고 있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되, 수직적 체계 아래에 일하는 ‘격자무늬’ 방식이다.

업무 전반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민감한 재무정보가 아니면 타 부서 회의록까지 전 직원이 열어볼 수 있게 공개하기도 한다. 7개국 직원이 한 사무실을 쓰는 크리에이트립은 연봉 자료 등 일부 문서 외엔 운영진의 법인카드 내역까지 누구나 볼 수 있다. 임혜민(32) 대표는 “회사는 결국 같은 방향을 봐야 하는 조직”이라며 “내가 하는 일이 다른 팀과 방향이 맞는지 알고 싶은 직원이 쉽게 기록을 찾아볼 수 있어야 더 몰입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운영진 법인카드 내역까지 공개
90년대생 창업자들은 ‘개인의 성장’ 없는 회사의 성취는 공허하다고 본다. 인사나 평가, 기업문화 전반에 직원 개개인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반영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교육 소통 플랫폼인 클라썸은 회사의 철학인 ‘함께 배울 때 더 잘 배운다’를 운영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회사 동료끼리 클라썸을 사용해 독서모임을 하고 토론하는 식. 성장 욕구가 큰 직원이 모이니 신나게 배우고 성취감도 높다. 이 회사 이채린 대표는 “CEO인 내가 ‘일잘러’가 되는 것 못지않게, 구성원 모두가 일잘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신선식품 스타트업 정육각(김재연 대표)은 아예 인사 제도에 직원 개개인의 성장 목표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했다. 가령, 한 직원이 ‘확실한 의사결정을 한다’ 같은 올해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1년간 주변 동료와 팀장, 인사팀이 해당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성취도까지 평가하는 식이다.

‘타다금지법’ 같은 스타트업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모색하는 데 적극적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코로나19로 2020년 3월부터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년 새 누적 400만 명이 닥터나우에서 원격 진료를 경험했고, 제휴한 의료기관도 3월 900곳까지 늘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사업 기회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 경보 단계가 내려가면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으로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이 회사 장지호(25) 대표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많은 분이 공감한 만큼 원격진료가 제도화될 때까지 기회를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중앙일보 팩플팀이 쓴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시리즈 4회의 요약본입니다. 비즈니스의 미래를 이끌 창업자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시려면 풀버전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8637 )를 보세요.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by FACTPL
팩플팀이 미래 산업(Future of Business)의 주인공이 될 90년대생 창업자, 이들이 뛰어든 비즈니스와 기술에 대한 심층 리포트를 선보입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시리즈는 3일 1~3회가, 4일부터 4~6회가 하루 한 편씩 공개됩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 넥스트 이해진·김범석·김슬아 여기서…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② 글로벌 주류 노리는 90년대생, ‘쳅(CHEBB)’에 걸었다
③ 통계로 본 90년대생 창업…여성 늘고, SKY 줄고, 무대는 글로벌
④ 너의 성장은 곧 나의 성장…“격자무늬처럼 일하라”
⑤ 00년대생 창업자 ‘호모 메르카투스’도 온다
⑥ 글로벌도 이미 90년대생이 주도…“韓 90년대생, 훨씬 글로벌하게 성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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