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스타트업 도전하면 연봉 20% 더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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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22.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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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스타트업 키우는 기업들
지원금 1억에 연봉 20% 상여 걸기도
“실패 두려워 말고 도전할 기회”

연봉 20% 상여에 지원금 1억원까지. 목표 달성하면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

국내 대기업들이 파격적인 근무 조건을 걸었습니다. 대상은 취업 및 이직을 준비하는 개발자가 아닌 자사 직원들입니다. 최근 대기업이 사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독려하기 위해 자사 직원들에게 당근책을 내세우고 있는 겁니다.

LG CNS 홍보영상. /LG CNS 유튜브 캡처

귀가 솔깃해지는 ‘연봉 20% 지급’ 조건을 제안한 곳은 DX(디지털 전환)전문기업 LG CNS입니다. LG CNS는 2016년부터 매년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아이디어 몬스터’를 진행해왔습니다. 아이디어 몬스터는 창의적 사업가를 육성하고 DX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LG CNS가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디어가 있는 직원들은 팀을 꾸려 아이디어 몬스터에 지원한 뒤 선발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아이디어 사업화를 위한 과정은 선발, 1차 심사, 2차 심사, 사업화 총 4단계입니다. 단계마다 아이디어에 필요한 기술과 사업성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거친다고 합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 만큼 큰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LG CNS는 아이디어 몬스터 과정에 선발된 직원에게 그 즉시 인센티브로 연봉의 4%를 지급합니다. 1차 심사와 2차 심사를 통과하면 각각 3%씩을 추가로 지급하죠. 실제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에는 연봉의 10%를 줍니다. 아이디어 몬스터의 모든 단계를 통과한 직원은 연봉의 20%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운영비도 지원합니다. LG CNS는 사내 스타트업에 선발된 팀에 최대 10억원의 프로젝트 운영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내 스타트업이 실제 사업화에 성공해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면 매출액과 연계한 인센티브까지 추가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업무 공간과 전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 자유롭게 사업을 추진하고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스타트업 육성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연구·전문위원, 마이스터(Meister) 등 사내 DX 전문가를 동원해 기술 조력과 재무 관리 및 법무 컨설팅까지 해줍니다.

LG CNS에서 분사한 폴리오컴퍼니 최준혁 대표(왼쪽부터)와 햄프킹 김승현 대표, 단비 서문길 대표. /LG CNS 제공

지금까지 아이디어 몬스터를 통해 분사한 스타트업은 총 3곳입니다. 지능형 챗봇 제작 도구를 서비스하는 ‘단비’, AI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햄프킹’, IT 스타트업 ‘폴리오컴퍼니’ 등이 LG CNS의 지원을 받아 분사에 성공했습니다.

LG CNS 측은 “사내 스타트업은 DX 전문 기술력과 창의적 사업 아이디어를 융합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다. 창의적 조직문화와 협업 생태계를 정착시켜 DX 가속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LG CNS 외에도 사내 스타트업을 키우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사내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진심인 기업을 알아봤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C랩 갤러리'에서 사내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62개 사내 스타트업 육성한 ‘C랩 인사이드’

국내 최대 IT 기업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C랩 인사이드’를 통해 사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있습니다.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입니다. 2015년부터는 우수 사내벤처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수 있도록 스핀오프 제도도 실행하고 있습니다.

C랩 인사이드에 선발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사업화에 매진합니다. 이들은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삼성전자 사업장(삼성 디지털 시티)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공원 내 ‘삼성전자-서울대 공동연구소’에 마련된 근무공간에서 독립된 스타트업처럼 근무합니다.

삼성전자는 아이디어 구체화와 사업화에 성공해 스핀오프(분사)에 성공한 팀에게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을 초기 사업자금으로 지원합니다. 또 한 가지 큰 혜택은 독립 후 회사를 나가더라도 원한다면 5년 안에 재입사할 기회를 줍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라는 의미죠. 재입사하더라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C랩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더 과감하게 도전하는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기준 162개의 사내 스타트업을 육성했습니다. 삼성전자 지원을 받고 분사한 스타트업들이 가치를 인정받아 후속 투자를 유치한 금액은 총 1000억원을 넘었습니다. 또 전체 기업가치도 52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죠.

또 든든한 지원이 있는 만큼 생존율도 높았습니다. 3년 차 국내 스타트업 평균 생존율은 약 41%, 5년 차 평균 생존율은 약 29%입니다. C랩 스핀오프 스타트업의 3년 차 생존율은 98%, 5년 차 생존율은 65%를 기록했습니다.

제로원 컴퍼니빌더 모집 영상. /현대차그룹 제공

◇700명 일자리, 2700억원 매출 창출한 ‘제로원 컴퍼니빌더’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을 발굴해온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현대차그룹입니다. 현대차는 2000년 당시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벤처플라자(현 제로원 컴퍼니빌더)’를 신설하고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기존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운영하던 ‘제로원’과 통합하고 프로그램 명칭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바꿨습니다. 이 통합으로 지원 분야도 확대했습니다. 기존엔 자동차 분야만 지원했다면 이제는 유망 신산업 분야까지 확대했죠.

현대차그룹은 제로원 컴퍼니빌더를 통해 선발한 팀에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 기회를 제공합니다. 개발비용 최대 3억원도 지원합니다. 1년 후 사업성, 재무계획, 창업 의지 등을 평가해 분사 및 사내 사업화 여부를 결정합니다. 분사 후에도 현대차그룹의 지원은 이어집니다. 사업 확장, 운용 자금 마련, 해외 진출 등을 지원합니다. 또 분사 후 3년까지는 재입사 기회를 줍니다. 회사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임직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죠.

지금까지 제로원 컴퍼니빌더 프로그램이 선발하고 육성한 팀은 총 67개입니다. 2021년까지 모두 26개의 기업이 분사했습니다.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한 기업들은 2020년 말 기준 총 700명 분의 일자리와 27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2022년 1월 20일 제로원 컴퍼니빌더를 통해 분사한 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관련 용품과 서비스를 개발 및 유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오토앤’입니다. 오토앤은 2008년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원을 받아 2012년 분사에 성공했습니다. 2020년 기준 매출 49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1년에는 오토엘, 디폰, 데이타몬드, 보다에이아이 등 4곳의 사내 스타트업이 독립기업으로 출범했다. 매년 10개 안팎의 스타트업이 분사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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