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마저 사라져
원격근무 보편화하면서
개발자 해외채용 바람 거세
구인난 중소벤처서 인기
국가별 법제도 차이 감안해
노무·급여지급 대행서비스도
"4년간 원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8시간을 내리 집중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 저는 좀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원격근무를 선호합니다."
"선호하는 조직 문화가 있나요?"
"지금까지 주로 서양인과 일했는데요. 국가는 상관없고, 오픈마인드면 좋습니다."
인도 출신 10년 차 개발자 만호즈 씨는 지난 7일 서울에 있는 개발자 채용전문 플랫폼 기업 슈퍼코더가 구글 미트를 통해 영상으로 진행한 1차 면접에 참여했다. 슈퍼코더는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동남아시아·아프리카·동유럽 출신 해외 개발자들을 빠르게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신생 플랫폼이다. 이날 리액트(React) 프로젝트 수행 경험 같은 기술적인 내용부터 개인 신상 관련 질문까지 슈퍼코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포함한 임원진이 다양한 질문을 던지자 만호즈 씨는 유창한 영어로 막힘없이 대답했다. 독일과 호주 기업 등에서 여러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력자로 앞선 코딩 테스트에서도 1~5등급 중 4등급을 받은 실력자다웠다. 약 25분간의 면접을 무난히 마친 만호즈 씨는 슈퍼코더가 주선하는 회사와 최종 면접을 거친 뒤 채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해외 개발자 채용 대행 서비스를 시작한 슈퍼코더는 빠르게 고객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류 검증부터 자체 코딩 테스트, 인터뷰까지 모든 개발자 채용 프로세스를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국내 인력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실력자를 충원할 수 있는 고객사와 모국보다 더 높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원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윤창민 슈퍼코더 대표는 "문화 차이로 인해 해외 개발자와 원격 협업을 우려하던 회사들도 문서 기반의 민첩한 개발환경 도입을 통해 안정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활한 해외 개발자 채용을 위해 노무·임금 지급과 같은 맞춤 서비스를 지원하는 인사관리(HR) 플랫폼 기업도 각광받고 있다. 최근 한국 진출을 발표한 실리콘밸리 기업 딜(Deel)이 대표적이다. 딜은 기업이 해외 개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현지 노무 규정에 맞는 계약을 체결하고, 가상화폐를 포함해 120여 개 통화로 급여를 한번에 지급할 수 있도록 HR 자동화 서비스를 지원한다. 전 세계에 확보한 고객사만 6000개에 달한다. 댄 웨스트가드 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자간담회에서 "직원들은 이제 재택근무를 일종의 혜택으로 여기고 있다"며 "기업들은 따로 현지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해외 계약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발자 원격 채용은 이미 해외에서는 대세가 된 흐름이다. 관련 유니콘 기업도 여럿 탄생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 세계 개발자를 원격으로 채용할 수 있게 돕는 안델라와 튜링, 전 세계 노동계약 대행 HR 솔루션 기업 리모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채용 전문 기업들도 속속 관련 분야 진출을 담금질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채용 시스템을 갖춘 원티드랩은 프리랜서 채용 플랫폼 '원티드 긱스' 글로벌 버전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프리랜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지역이나 언어와 관계없이 원격으로 원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특히 해외에서는 한국 개발자들 실력에 대한 평판이 좋다"며 "국내 긱스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전 세계 긱 이코노미 시장을 공략해 전 세계 재택·원격 프로젝트를 흡수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