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만 하면 잭팟"…스타트업에 꽂힌 큰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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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4.13. 오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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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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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블루포인트 신탁 모집에 자산가 몰려
창업 3년 이내 될성부른 신생기업에 투자
30억 이상 고액자산가 비상장투자 관심 높아져
NH·KB증권도 VC와 협업해 비상장 투자상품 출시
위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함.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평소 바이오 산업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 A 씨는 2020년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에 참여해 ‘따상상상’을 난생 처음 경험했다. 배정받은 주식이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하고 상한가를 친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 행진을 할 것이다. 대박의 기쁨을 누린 A 씨는 본격적으로 비상장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창업 초기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경우 막대한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A 씨와 같이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유수의 벤처캐피털(VC) 등과 협업한 투자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016360)이 최근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삼성 블루포인트 2022개인투자조합 신탁 2호’를 판매했다. 7년간 중도 해지가 불가능한 데다 최소 가입 금액이 3억 원에 달하는 상품인데도 짧은 기간 내에 168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8월 1호 상품에도 114억 원이 모이며 자산가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연달아 모집한 두 상품에 약 300억 원 가까운 뭉칫돈이 몰린 셈이다.

이 상품은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50% 이상 투자한다. 판매와 고객 관리는 삼성증권이 맡지만 운용은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맡는다. 주로 정보기술(IT) 업종과 제조 업종의 유망한 신생 기업들을 발굴해 투자한다.

김성봉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은 “국내에서 카카오나 쿠팡이 상장하면서 초기 투자자가 큰 수익을 많이 낸 만큼 비상장 기업 투자에 대한 고액 자산가의 관심이 많다”며 “고객의 니즈가 커지면서 제도권에 있는 증권사에서도 체계적으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3년 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자산가들에게는 메리트로 작용한다.

자산가들의 수요를 확인한 다른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IMM인베스트먼트·안다아시아벤처스 등 유수의 VC들과 협업해 국내외 유망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조합을 설정해 고액 자산가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달 내에는 톱티어 운용사인 SV인베스트먼트·캡스톤파트너스 등과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차전지와 마켓컬리 같은 플랫폼 산업 등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업종에서 유망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며 “기업공개 전에 미리 투자자로부터 일정 자금을 유치하는 프리IPO 등의 형태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신기술사업금융부서와 사모펀드(PE) 부서를 합쳐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19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이 펀드들도 자산가와 법인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집한다.

자산가가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수익의 경험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자산관리(WM)센터가 초고액 자산가에게 제공한 크래프톤 구주 투자가 대표적이다. WM센터는 2020년 3월 크래프톤 구주에 투자하기 위해 고액 자산가로부터 약 170억 원을 모집했다. 2021년 8월 10일 크래프톤이 상장하면서 투자자들은 같은 해 9월 410%의 막대한 수익을 거둬 ‘잭팟’을 터뜨렸다. ‘삼성신탁인터베스트 크로스보더바이오벤처투자조합’도 2019년 5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270억 원을 모아 VC인 인터베스트와 협력해 전체 설정액 중 6%(16억 원)를 에스디바이오센서에 투자해 큰 재미를 봤다. 회사가 상장하면서 투자자들은 무려 17배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증권사들은 비상장 기업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고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0월 리서치센터 내에 비상장솔루션팀을 신설하고 비상장 기업 분석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코리아스타트업 스케일업(KSS IR)’ 행사를 통해 투자금 유치가 필요한 기업가와 고액 자산가, VC, 벤처투자회사(CVC) 등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구축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B증권도 KB금융지주 주관하에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개최해 국내 벤처 생태계 조성 및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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