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가 투자한 유럽 스타트업 7곳, 유니콘 등극

입력
수정2022.04.10. 오후 7:45
기사원문
황순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K-펀드1 수익, 원금대비 3배

◆ 진격의 네이버 ◆

네이버가 초기 투자한 유럽 스타트업 7곳이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로 사업 영토를 넓히고 유망 벤처를 발굴하기 위해 유럽 투자 펀드를 결성한 지 6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네이버의 유럽 투자 현황과 성과'에 따르면 네이버가 유럽 사업을 확장하고자 2016년부터 코렐리아캐피털을 통해 출자한 'K-펀드1'이 투자해온 스타트업 17개 중 7개가 최근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올해 4월 기준 7개 유니콘 기업 가치를 합하면 20조원에 육박한다. 네이버는 K-펀드1을 통해 총 3억3000만유로(약 4410억원)를 투자했는데, 투자 기업들의 현재 가치를 감안하면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이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투자 지분 가치만 1조원을 훌쩍 넘어가는 셈이다. 해당 펀드는 작년 말 투자를 모두 완료했지만 네이버는 회수에 나서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코렐리아캐피털과 함께 최대 4억유로(약 5400억원) 규모의 'K-펀드2'를 조성해 유럽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플랫폼·이커머스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네이버와 시너지가 최우선"…유럽 커머스·블록체인업체 통큰 투자

유럽서 유니콘 7개 키워…해외투자 빛 봤다

네이버 성공 이끈 한성숙
유럽 투자사업 진두지휘

스페인판 당근마켓 '왈라팝'
우버 위협하는 '볼트' 등 투자
미래 먹거리 블록체인기업 발굴

가상현실 게임플랫폼 등
Z세대 겨냥 스타트업도 눈독

"네이버의 유럽 스타트업 투자 '잭팟'은 우연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계획에 따른 성과다. 네이버와 '사업 궁합'이 맞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현지 투자 전략을 설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유럽에서 투자한 스타트업 7곳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 등극에 대한 정보기술(IT)·투자 업계의 평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챙겨 온 네이버의 유럽 투자는 시작부터 달랐다. 단순 투자를 통한 회수로 이익을 내기보다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와 기술에 집중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블록체인이 대표적이다. 이 GIO도 단순한 벤처캐피털(VC)로서 자금만 투자하기보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AI 솔루션을 비롯한 네이버의 기술을 접목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진 현지 유력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와 사업 협력은 네이버가 현지 영향력을 키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의 현지 사업이 잘될수록 스타트업에 대한 네이버 지분 가치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어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네이버는 최근 인사에서 한성숙 전 최고경영자(CEO)를 '유럽사업 개발 대표'로 발령하면서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재정비를 마친 상태다. 특히 네이버의 유럽 계열사와 지사를 개별적으로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시장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현재는 최수연 신임 CEO 직속 조직이지만, '대표'란 점에서 향후 네이버가 유럽 별도 법인을 세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대표는 네이버의 유럽 유니콘 투자에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네이버가 'K펀드1'을 통해 투자해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은 기업 면면을 살펴보면 네이버의 유럽 사업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예컨대 스페인판 당근마켓 '왈라팝'은 현지 버전의 스마트스토어 기술 플랫폼은 물론 비(非)커머스 사업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네이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는 현지 중고 재판매(리셀)를 비롯해 커머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플랫폼에 검색·광고·AI 추천과 같은 네이버 기술 플랫폼 솔루션을 도입하면 기술 고도화도 가능하다. 유럽 최대 규모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한 '볼트'는 차량 호출, 음식 배달, 전동 킥보드까지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지에서 인지도가 매우 높다. 소비자와의 접점 또한 넓어 네이버의 유럽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 채굴·AI 칩 기술 등을 보유한 비트퓨리와 가상화폐 관련 보안 기술에 특화한 '렛저'는 네이버가 미래 먹거리로 준비 중인 블록체인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역으로 네이버가 유럽 현지 스타트업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돕는 것도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최대 규모의 럭셔리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인 프랑스 '베스티에르'는 현지 사업 확장뿐 아니라 네이버와 한국 사업 진출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GIO는 새로운 네이버의 주요 키워드로 '도전'을 제시했다. 네이버 특유의 '도전 유전자(DNA)'를 해외 시장에서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라인을 포함한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5% 수준이다. 해외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네이버가 택한 전략은 글로벌 협력이다.

투자 수익뿐 아니라 글로벌 벤처투자사·스타트업과 혈맹 관계가 되면서 해외 진출에 보다 많은 동맹군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세계 시장을 크게 유럽과 아시아로 보고, 유럽은 코렐리아캐피털, 아시아는 미래에셋증권을 투자 파트너로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분석한다.

프랑스 장관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대표가 설립한 코렐리아캐피털은 신생 VC임에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네이버의 유럽 투자를 돕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유럽 유명 스타트업들이 자금 동원력이 풍부한 미국 기업 대신 네이버를 선택한 데에는 펠르랭 대표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코렐리아캐피털은 네이버와 'K펀드2' 구성을 완료했다. 이번 펀드에는 앵커 출자자(중심 출자자)인 네이버뿐 아니라 프랑스와 한국의 주요 기관투자자도 펀드출자자(LP)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회수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빅테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에 베팅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함께 동남아 현지 1위 플랫폼인 모빌리티의 그랩, 싱가포르 리셀 벤처인 캐로셀에 선점 투자를 하면서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네이버 솔루션을 심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는 일본 시장과 메타버스 등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 가고 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는 유럽 현지에서 '넥스트 유니콘'을 찾기 위해 극초기 스타트업 발굴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네이버의 유럽 창업 인큐베이터(육성 기관)인 '스페이스 그린'에는 프랑스 현지 유망 스타트업 5개를 합류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합류한 5개 스타트업은 △AI 기반 만화 플랫폼 △젠지세대(Z세대)를 위한 패션 마켓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 △블록체인 등 네이버가 주목하는 모험적인 분야에 집중됐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테이션F'의 네이버 스페이스 그린에서 회사를 키우게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지분 투자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