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필요없습니다” 스타트업 채용 문법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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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25. 오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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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토스·당근마켓… 각양각색 인재 채용 전쟁
크라우드펀딩 전문 스타트업 와디즈는 이달 초부터 ‘자율 포지션 100′이란 이름의 채용을 진행 중이다. 기획·마케팅·개발 같은 직군을 나눠 사람을 뽑는 대기업 채용과 달리 정해진 직군이 아예 없다. 지원자들에게 “현재 채용 공고엔 없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포지션,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을 직접 만들어 제안해달라”는 게 이 회사의 주문이다. 제출 서류도 본인의 성과와 능력을 표현하는 것이면, 종류도 양식도 자유다. 회사는 지원자가 제안한 직무가 사내에 필요한지 신속하게 검토해 합격 여부를 안내해준다. 일종의 ‘DIY(Do It Yourself) 입사’인 셈이다.

/그래픽=김성규

이달 말까지 600여 명의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인 금융 스타트업 토스는 지원자에게 ‘지원 직군’을 맞춤형으로 찾아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300여 직군의 빼곡한 온라인 채용 공고 위 ‘어떤 포지션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이란 문구를 누르면 곧바로 2개의 설문(현재 회사에서 하는 업무, 과거의 업무 이력)이 진행된다. 답변을 남기면 2초 만에 추천 직군이 뜬다. 지원자가 직군을 고르는 게 아니라 회사가 거꾸로 직군을 제안하는 셈이다.

대기업 맞서 스타트업이 사람 뽑는 법

삼성·LG·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일제히 상반기 채용을 시작한 가운데, 스타트업들도 이에 맞서 각양각색 방법으로 인재 채용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IT(정보 기술)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경쟁 스타트업에도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공채는 ‘유연성’ ‘맞춤형’이 특징이다. 대기업처럼 틀에 박힌 자기소개서(자소서), 대규모 시험 같은 건 없다. 예를 들어, 올해 삼성전자 공채 자소서는 ‘지원 이유와 이루고 싶은 꿈’ ‘나의 성장 과정과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인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회 이슈에 대한 견해’ ‘지원 직무 관련 본인의 전문 지식·경험’ 같은 문항으로 이뤄져있다. 반면 스타트업의 자소서는 대부분 ‘자유 양식’이다. 한 스타트업의 경우, 유일한 제한 사항이 ‘특정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자소서는 안 받는다’일 정도다. ‘컬처(문화) 면접’도 대기업과 차별되는 스타트업들의 특징적인 채용 방식이다. 1시간 남짓 경영진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지원자의 성향과 가치관이 회사와 잘 맞을지 평가하는 것이다.

길게는 수개월씩 절차가 진행되는 대기업 공채와 달리 스타트업은 신속함이 생명이다. 예를 들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인 당근마켓은 최근 ‘리크루트24′란 공채를 진행했다. 자기소개서도 필요 없고 간단히 본인의 역량과 성과를 기술하면, 24시간 내에 서류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 회사 관계자는 “각 분야의 전문 인력들이 이력서 부담 없이 간편하게 지원하고, 또 답답하게 기다리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고 했다.

”인재 한 명 뺏기면 프로젝트 멈춰, 생존 경쟁”

스타트업이 대기업 못지않게 수백 명 단위의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면서도 저마다 독특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원하는 인재의 유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한 팀장급 직원은 “대기업은 연차·직군에 따라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이 명확하지만 스타트업은 당장 이번 주에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를 만큼 역동적”이라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두가 우르르 뛰는 문화인 만큼 채용 절차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직방 등 일부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사업 부서를 인수할 만큼 성장하면서 인재를 보는 눈도 대기업 이상으로 까다롭다. 국내 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대표는 “경력직 인재 한 명을 채용하면, 그가 몸담았던 회사의 프로젝트가 바로 멈출 수도 있다”면서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을 뽑는 게 스타트업엔 치열한 생존 경쟁, 그 이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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