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톡] 스포츠와 스타트업의 세 가지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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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다음 중 어떤 스포츠와 가장 비슷할까? ①축구 ②농구 ③배구 ④야구. (달리기⋅골프⋅테니스 등도 있지만 팀 스포츠 종목이 스타트업과 결이 더 잘 맞으니까 선택지를 좁혀본다.)


각자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팀 CPO(최고 제품 책임자)는 축구라고 답한다. 9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11명의 선수가 경기장에서 뛰면서 더 많은 골을 넣으면 시합에서 승리할 수 있다. 즉, 자원의 제약 조건이 분명하고, 시합의 룰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세계 최고급 유럽 리그에 길들여진 관객의 눈높이는 나날이 높아져 간다. 축구의 승리 방정식은 빠르게 진화할 수밖에 없다. 어제의 승리가 오늘의 승리를 담보하지 못한다. 듣노라면 “스타트업하고 정말 비슷하네”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나는 오래된 야구 팬으로서 가을야구 시즌을 앞두고 야구와 스타트업의 세 가지 공통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요행은 없다.

야구에는 그날따라 ‘미친’ 선수가 나올 때가 있다. 9회말 투아웃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친다던가. 문제는 그다음이다. 한국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한 팀은 144번 경기를 치러야 한다. 반년 동안 144번이나 시합을 하게 되면, 결국은 그 팀의 실력에 수렴하는 결과가 나온다. 동전 던지기를 100번 반복하면 5:5 확률로 앞면과 뒷면이 나오는 것처럼. 스타트업의 시간표도 비슷하다.

가끔은 사업지표가 치솟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운이 좋았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144개보다 훨씬 더 많은 시합을 계속 치르는 것과 같다.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 스타트업에서는 승리이기에,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회고하고 다시 가설을 세우는 반복의 연속이다. 따라서 가설의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둘째, 승리의 경험이 반복되어야 한다.

승리는 짜릿하기에 왜 승리했는지 원인을 파고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자발적 학습 패턴이 팀에 만들어진다. 더욱이 야구는 하나의 시합에서도 수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일주일 중 6번이나 경기를 하다 보니 학습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승리가 반복될수록 팀의 학습 속도는 빨라지고 승리 DNA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패배한 시합을 복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하기 싫은 일이기에 패배의 패턴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10개 회사 중 8~9개가 실패한다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성공은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단계를 나누고 일을 쪼개야 한다. 이번엔 여기까지 해보도록 팀을 독려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한껏 축하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작더라도 성공의 짜릿함을 맛본 팀은 계속 맛보고 싶어 한다. 승리를 위해 데이터를 더 파보고 새로운 방법을 더 시도하면서 팀의 DNA가 새겨진다.

셋째, 결국은 멘털이다.

큰 무대에 강한 선수들이 있고 그런 선수들이 모여서 우승을 만들어낸다. 한국시리즈만 되면 날아다녔던 선수 중 박정권이 있다. 그는 “간절함이 선을 넘어 긴장감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신의 비결이라 했다. 스타트업에도 결정적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혼돈과 중압감 속에서 리더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팀은 최선의 실행을 하며, 결과는 담담히 받아들인다. 강팀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세 가지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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