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좌절·희망…국내 스타트업의 악전고투 모습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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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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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버 ‘타다’ 소재로 다큐 만든 권명국 감독[경향신문]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에 등장하는 타다 차량(위 사진). 박재욱 VCNC 대표(아래 사진 가운데)와 팀원들이 사무실에서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다. BLUE 제공


“작년 ‘금지법’ 계기 재조명 결심
실체적 진실 밝히는 다큐는 아냐
내부 구성원들 목소리에 집중”
제작사 100% 투자…14일 개봉

2018년 10월8일, 쏘카의 자회사 브이씨엔씨(VCNC)는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 후인 지난 8일 금융앱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VCNC 전격 인수를 발표했다. 국내 최초로 ‘승차 호출’ 서비스를 선보이며 170만 이용자를 확보했던 타다는 지난해 3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토스가 인수한 사실이 전해지기까지, ‘타다’라는 이름은 카카오의 택시 호출 시장 독과점 배경을 설명할 때 잠깐씩 등장할 뿐 언론·대중에게 빠르게 잊혔다.

14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타다 금지법’ 시행 한 달 뒤 중고차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타다 카니발 차량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서비스 종료 후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도 조직을 재건하려는 구성원들의 분투를 조명한 이 작품에는 그동안 외부에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타다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 타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날, 박재욱 VCNC 대표와 팀원들은 ‘종이컵 와인 파티’를 열며 자축한다. 환희는 거기까지. 합법 선고 2주 만에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구성원들은 희망퇴직으로 동료를 하나둘 떠나보냈던 심정을 담담히 구술한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 왜 하필 타다였을까. 다큐의 연출을 맡은 권명국 감독(38)은 지난 5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너무나 당연했어요. 한국 벤처 역사에서 한 기업이 이렇게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하고, 또 빠르게 추락한 사례가 없었잖아요. 모빌리티 영역이 우리 삶을 바꿀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기도 했고요.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타다 측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지난해 5월 VCNC 측에 바로 연락을 취했다”며 “박 대표를 1시간 정도 설득하고 2~3일쯤 뒤에 ‘촬영을 해도 좋다’는 답을 받았다. 타다 차량이 빠르게 팔려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바로 중고차 시장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국내 첫 스타트업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권명국 감독은 “타다는 스타트업의 본질인 ‘악전고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BLUE 제공


외부 투자 없이 제작사가 전액을 투자해 만든 이 다큐는 지난 8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독립영화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영화의 시선은 철저하게 타다 내부에 집중한다. 불법성 논쟁이나, 택시업계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의미다. 타다 금지법 통과를 둘러싸고 긴박했던 타임라인은 언론 보도와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생중계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권 감독은 “이 작품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저널리즘으로서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라며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스타트업이 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만큼 그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권 감독이 말하는 스타트업의 본질은 ‘악전고투’다. “스타트업에 대한 콘텐츠 대부분이 성공 신화, 성공 방정식에 초점을 맞추잖아요. 제가 본 스타트업은 소수의 인력으로 시작해 기술력과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일당백의 능력치를 조합해 악전고투하는 집단이었어요. 1년 반의 작업을 통해 이 사실을 재확인한 것 같아요.” 실제로 기존 서비스를 종료한 타다는 가맹택시 사업면허를 획득해 ‘타다 라이트’ 서비스를 출시하며 사업을 조정했다.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거듭 진행되는 사내 회의, 서비스 개발 과정이 고스란히 다큐에 담겼다.

‘빠르게 시도하고, 더 빠르게 개선한다.’ VCNC 사무실 벽에 붙은 이 문구를 다큐는 총 세 번에 걸쳐 관객에게 보여준다. 권 감독은 “결국 이 영화는 일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타다를 소재로 했지만, 보편적인 이야기입니다. 직업이 무엇이든 우리는 왜 일하는가. 월요일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왜 회사를 가는가. 왜 동료들과 부대끼며 일을 하는가. 단순히 생존만을 위해 일을 하는 게 전부는 아닐 거라 생각하거든요. 더 나은 것을 만들고 싶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을 사람들에게 바치는 영화로 정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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