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거품 심각··· 폭탄 돌리기 일어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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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소리 쏟아낸 창업 멘토 강재상 패스파인더 넷공동대표
정부가 억지로 만든 스타트업 붐
상용화 등 실체 없이 몸값 부풀려
AI·데이터·바이오 등 일부 분야선
1차 투자 때 50억~200억 요구도
기업들 M&A 외면··· 거품 붕괴 우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서울경제]

“지금 스타트업들은 너무 과대평가돼 있습니다. 매출도 없이 가능성이라는 모호한 기준만 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을 부르기도 합니다. 도가 너무 지나칩니다.”

국내 대표적인 ‘창업 멘토’ 중 한 명인 강재상(사진)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상황에 대해 “가능성만 있고 실체는 없는 거품”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강 대표는 삼성SDI, 현대카드·현대캐피털,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스타트업 교육 업체이자 콘텐츠 프로바이더인 패스파인더넷을 설립·운영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교육과 자문·평가 등을 하고 있다. 멘토링 및 인큐베이팅 네트워킹 모임인 ‘알렉스넷’과 ‘매드헌터’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7일 서울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타트업들이 과대 포장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정부 주도의 정책을 꼽았다. 그는 “지금 스타트업 붐은 정부가 민관 매칭펀드를 통해 억지로 띄워놓은 것”이라며 “위험 부담을 던 벤처캐피털 등이 스타트업에 돈을 쏟아붓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정부 돈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 자금들이 지금의 거품을 키웠다는 얘기다.

거품의 정도도 이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커졌다. 강 대표는 “20년 전 벤처 붐 때는 그래도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치가 결정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바이오 스타트업들의 경우 라운드A(첫 번째 투자 유치)에서 50억 원을 부르는 건 예사고 200억 원까지 치솟는 사례도 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문제는 스타트업에 쏟아부은 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매출을 일으키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 대표는 “솔직히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약점을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매출이라는 실체는 없는데 몸값만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으니 어느 기업도 지갑을 선뜻 열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일부 제약사들이 의학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 또는 인수를 추진하다 중단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분야에 몰려 있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는 “요즘 AI 관련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영어·수학과 같은 교육 분야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확실한 곳에만 집중하다 보니 창의성이 떨어지고 시장만 나눠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 시장의 거품이 이제는 ‘통제할 수 없는’ 시점까지 왔다고 평가한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이제는 거품 폭발 직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는 지금까지 쏟아부은 자금이 아까워서라도 계속 투자를 하겠지만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지 않는 한 탈출구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어느 순간이 되면 스타트업 설립자들과 초기 투자자들은 손을 털고 나가고 결국 마지막 투자자와 직원들만 피해자로 남는 ‘폭탄 돌리기’의 악몽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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