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바꾼 노인요양 시장…투자사들 주목 받는 스타트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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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요양 인기 늘어 2만1000여개 업체 난립…서비스 질은 ‘글쎄’
케어닥 등 중개플랫폼, 행정자동화 내건 스타트업들 주목 받아
시리즈A에서 잇따라 100억원대 투자 유치


지난 8월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이하 지역의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허용하던 접촉 면회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팬데믹이 노인요양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원·요양병원보다 방문요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들쭉날쭉한 서비스 질이다. 2만1000여 개나 되는 영세업체가 난립한 탓에 노인학대나 보험 부당청구 등의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100억원대 초기(시리즈A) 투자를 받아내고 있다.

요양시설과 어르신을 중개하는 ‘케어닥’이 스타트를 끊었다. 이 업체는 지난 6월 106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했다. 뮤렉스파트너스·롯데벤처스 등 유력한 벤처투자사가 투자했다. 투자사들은 이 업체의 후기·평점 서비스에 주목했다. 보호자가 요양원·요양병원·방문요양센터 같은 요양시설은 물론이고 간병인·요양보호사에도 평점을 매겨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이 업체 박재병 대표가 후기·평점 서비스를 내놓은 건 불법 브로커 문제 때문이다. 브로커가 자신과 연결된 요양시설로 어르신을 보내고, 그 대가로 시설로부터 돈을 받는 식이다. 이렇게 환자를 유치한 요양시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돌봄 서비스를 줄인다. 지난 5월 부산의 한 요양병원은 마약성 진통제를 과다 투여해 환자를 사망케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케어닥은 직접 방문요양시설도 운영한다. 소속된 요양보호사만 2000여명이다. 중개플랫폼이 직접 시설을 운영하는 건 관련법 때문이다. 시설을 통해 요양보호사를 보내야만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는다. 건강보험공단은 방문요양 비용의 85%에서 많게는 전액을 보전해준다. 한 시설 관계자는 “보통 하루 3시간씩 일주일에 엿새 방문을 패키지로 묶는다”며 “전체 비용 100만원에서 보호자가 부담하는 건 15만원 남짓”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국가에서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지만, 중간에서 새는 돈이 적잖았다. 서비스 내역을 부정확하게 기재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요양보호사는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모바일 앱 ‘스마트 장기요양’에 서비스 시작과 종료시간 및 내용을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모바일이 익숙지 않은 60대 이상이다 보니 건강보험공단은 수기 작성도 함께 허용해왔다. 일단 수기한 내용을 가지고 보험금을 지급하고, 연례 감사에서 확인하는 식이다. 실제 내역과 다르면 시설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행정 자동화, 업체 대형화 유도할 것”
문제는 수기한 내역을 처리해야 할 시설이다. 시설에서 출퇴근 오류 확인부터 업무수행일지 관리, 급여명세서 관리 등을 해줘야 하지만 이를 문제없이 처리하는 곳이 드물다. 방문요양시설 한 곳 당 평균 요양보호사 수가 28.5명에 그칠 만큼 시설 규모가 작다.

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이진열 대표는 “수급자 한 명당 행정 처리하는 데 85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에서 착안해 행정을 자동화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하이케어’를 선보였다. 시설에서 관리는 보험 수급자 수와 상관없이 행정 처리에 들어가는 시간을 27분으로 단축했다. 이 대표는 하이케어를 계기로 방문요양시설 대형화가 시작될 걸로 본다. 이 대표는 “그간 수급자 한 명이 늘 때마다 행정비용이 늘어 시설 대형화가 어려웠다”며 “국내에서 가장 큰 시설도 개소 당 100명이 안 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는 시설당 요양보호사 수가 200~300여 명에 이른다. 직접 개발한 자동화 솔루션 덕분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국내 방문요양시설 중 세 번째로 큰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했다. 투자사들도 적극적이다. 이 업체에서 이달까지 시리즈A 라운드를 진행할 예정인데, 지금까지 투자액만 1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한 투자액이 몰리는 건 업체들 역량 때문만은 아니다. 고령화에 더해 팬데믹을 계기로 방문요양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19년 전체 장기요양보험 총액 8조5000억원에서 방문요양 비중이 절반(4조5000억원)을 넘었다. 이 대표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실적이 크게 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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