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젊은 표심 잡아라” 대권주자들, 전통시장 대신 스타트업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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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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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권주자, 親스타트업 광폭 행보
업계 “정치인들, 찾아오겠다는 문의 너무 많아”
경제구조서 그만큼 스타트업이 중요해졌다는 방증
“유니콘 10개, 韓 스타트업 흥하고 있다” WSJ 집중 조명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첫 경제 행보로 스타트업을 찾은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민관 협력 스타트업 육성단지 ‘팁스타운’을 찾아 “현대 국가에서 국력은 강한 기업, 강소기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냐에 달렸다”라며 “정치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기업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등의 스타트업 업계 의견을 메모해가며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대권주자들이 스타트업 민심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박용진 의원도 이달 초 서울 마포구에 있는 스타트업 지원센터 ‘프론트원’을 방문해 인공지능(AI) 청년혁신기업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용진이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성장엔진이 되겠다”라면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틀인 ‘관료의 도장규제’ ‘기존 주류사업자들의 진입장벽 규제’ ‘대기업의 갑질 등 시장독점의 규제’ 등 3대 규제를 과감히 허물고 혁신의 고속도로를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모바일 원격진료·처방약 배달 앱 ‘닥터나우’를 찾았다. 의사 출신으로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업체인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를 창업해 ‘성공한 스타 벤처기업가’로 꼽히는 안 대표는 연일 친(親)스타트업 행보를 보이며 자신의 지지층을 확실히 잡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일찌감치 스타트업 주요 대표들과 함께 젊은층에서 인기몰이했던 음성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에서 소통하는가 하면, 짧은 영상을 올리는 SNS인 ‘틱톡’에도 등장해 금목걸이, 선글라스, 벙거지, 가죽 재킷을 착용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틱톡 캡처

과거 대선주자들이 전통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던 전통적인 민심잡기 행보를 보였다면 최근 대선주자들은 스타트업을 통해 젊은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찾아오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난감하다’는 반응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입지를 탄탄히 한 것이란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주요 외신도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 대형 기술 스타트업이 흥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획 보도에서 “총수 일가가 소유한 기업집단인 재벌이 오랫동안 지배해 온 한국 경제에서 독립돼 있는 스타트업의 부상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는 유니콘 기업이 한국에 현재 10개사가 있다고도 전했다. 여기에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상장을 앞두고 있는 크래프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등의 이름이 올랐다. WSJ는 이런 기술 기업이 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정보기술에 능숙한 인구가 많다는 점이 온라인 시장 잠재력을 끌어올린 데다 정부가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고 세제 지원을 해주고 있는 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토스’를 운영 중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WSJ에 “대기업이 주도하는 중공업의 경제적 중요성이 소프트웨어나 정보기술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라면서 “대학 졸업자들이 점점 더 큰 경제적 보상을 바라면서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들고 있어 10년 안에 한국 기업 지형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의 정규직 종사자 수는 80만4000명(2019년 말 기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대 그룹 고용인원(66만8000명)보다도 많다.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벤처기업 종사자 수는 2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을 전후로 스타트업이 정치인들의 주요 공략처가 된 건 사실인 것 같다”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6월 4일 서울 강남구 닥터나우 본사를 찾아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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